은행들 금감원에 추가 소명…'불완전판매 아니다' 적극 반박
당국 제재심 빨라야 7월 이후에나 가능할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따른 은행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 결정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이 현장점검 등을 통해 발견한 불완전판매 행위에 대해 은행들이 검사 결과를 '탄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있고, 건별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하기까지 지난한 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홍콩 ELS를 판매한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이 제출한 의견진술서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현장검사 결과와 제재 대상자를 담은 검사의견서를 각 은행에 발송했으며, 은행들은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최근 금감원에 전달했다.
은행들은 국내 굴지 로펌들의 자문을 받아 방대한 분량의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발견한 부당 권유·대리 서명·설명의무 위반·적합성 원칙 위반 등에 대해 사례별로 위법 또는 부당행위로 볼 수 없다는 반론을 의견서에 담았다.
금감원 검사국은 은행들의 의견진술서와 검사의견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제재 대상 및 제재 범위를 정해 제재 사전조치안을 마련하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상 금융회사들이 많고, 의견진술서 분량도 상당해 법리 검토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 같다"면서 "필요시 소명 절차도 추가할 계획이어서 빨라야 7월 이후에나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심의위원회가 개최되더라도 대심(對審)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마라톤 심의가 불가피하다.
대심제는 제재대상자와 금감원 검사부서가 처음부터 함께 참석해 동등하게 진술 기회를 갖는다.
제재대상자는 제재심 위원의 질의에 반박·재반박이 가능해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달리 말해 산술적으로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판매사들은 방어권을 위해 로펌 등 법률 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가 크고 최고경영자(CEO) 제재까지 갈 수 있는 중대사안인 만큼 제재심에서 한 번에 결론 내지 못하고 여러 차례 열릴 수 있다.
또 금감원이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대표사례에 대한 투자자 손실 배상비율을 30~65%로 결정한 것을 계기로 은행들이 자율배상에 속도를 낼 경우 향후 제재심에서 정상참작을 요구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홍콩 ELS 손실과 관련해 투자자에 적극적으로 자율 배상에 나설 경우 제재 시 정상 참작하겠다고 밝힌 만큼 제재 수위와 과징금 규모를 줄이기 위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 중징계가 예상됨에 따라 최종 징계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 경우 연내 징계가 확정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입장이 다르고 위반 혐의도 제각각이다 보니 소명 절차를 거쳐 제재안을 마련하는 데에만 수개월 걸릴 것"이라며 "판매 시기에 따라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자본시장법 중 어느 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서도 제재 수위가 달라질 수 있고 내부통제 문제로 들어가게 되면 견해차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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