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이익 최우선으로 하는 종합적인 주문 배분 기준 가다듬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박형규 기자 = 사문화되다시피 했던 자본시장법상 최선집행의무가 대체거래소 등장으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Maker 주문의 경우 배분 기준에 대한 세부적 지침이나 예시가 가이드라인에 담기지 않아 이를 구체화하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투자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해 주문 배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이드라인 내 배분 기준 막연하다는 지적도…"유동적 시장 대응과 경쟁 촉진 의도"

9일 관련 업계와 유관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증권사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에선 Maker(신규 물량 조성) 주문과 관련해 별도의 구체적인 방침이 나오지 않았다. Taker(기존 물량 체결) 주문에 대해선 총비용과 총 대가를 각각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는지 세세히 설명해놓은 것과 달리, Maker 주문에 대해선 '매매 체결 가능성을 고려하여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정도로만 언급된 것이다.

출처: 금융감독원

한 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내에 Maker 주문과 관련된 구체적인 기준이나 예시가 있었다면 업계에서도 윤곽을 잡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체결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내용만으로 기준을 마련하기엔 다소 막연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모호해 보이는 Maker 주문 배분 기준에 대해 금감원은 경쟁 촉진을 위한 의도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변화가 많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일방적인 표준 지침을 제시하는 것보단 각 상황에 맞게 주문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었다"며 "투자자 매매 체결 가능성을 높이는 주문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결국 각 증권사의 역량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향후 업계 내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Maker 주문 배분을 위해선 증권사마다 체결 가능성을 우선하여 나름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매번 투자자 주문이 있을 때마다 증권사가 수기로 주문을 집행할 수는 없기에, 각 사에서 SOR(Smart Order Routing) 시스템을 구축해 자동 처리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이 SOR 시스템마저도 증권사에서 각자 개발하고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상 모든 증권사가 당장 이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각 증권사에선 일정한 비용을 주고 넥스트레이드나 코스콤이 개발한 SOR 시스템을 사용할 계획이다.

투자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주문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증권사 입장에선 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측면도 있다. 시스템을 따랐음에도 투자자에게 최선이 아닌 결과가 도출됐을 때 발생하는 민원 부담 때문이다. 이에 대체거래소 출범 초기엔 증권사들이 SOR 시스템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단편적 기준 아닌, 다양한 요인 고려한 주문 배분 필요해

SOR에 담길 Maker 주문 배분 기준은 투자자 주문을 어느 집행 시장으로 보내느냐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마련된 기준이 객관적으로 투자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보장할 수 있는지 여부에서부터, SOR 시스템 제공 주체와 집행 시장 사이에 이해 상충 문제는 없는지까지 따져봐야 할 요소도 많다.

우선 여러 배분 기준 중 주요하게 고려되고 있는 것은 호가 잔량에 따른 주문 배분이다. 예컨대 자기 주문 방향(자방)의 호가 잔량이 적은 시장의 경우 체결 순번이 빨리 돌아온다는 점에서 체결 가능성이 비교적 높을 것이라고 판단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자방 호가 잔량 기준 외에 타인 주문 방향(타방)의 호가까지 감안해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자방 호가 잔량이 적더라도 타방에서 호가 유입이 적은 경우 체결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호가 잔량 기준뿐만 아니라 호가 스프레드, 시장별 과거 체결량, 최근 거래량 등 다양한 요인들이 Maker 주문의 체결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적용될 전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한 가지 기준만 두는 것이 아니라 다각도에서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투자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배분 기준이 필요하다"며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배분 기준을 정하고 이를 각자 채택한 SOR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넥스트레이드 관계자 역시도 "현재 개발하고 있는 SOR 시스템의 경우 증권사가 정한 배분 기준과 요구 사항에 맞춰 기술적으로 구현한 후 제작·제공할 계획"이라며 "호가 잔량 방식 등 여러 배분 기준을 마련해 SOR 시스템에 넣되 증권사가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넥스트레이드의 SOR 개발 과정에서 반영 요청이 들어온 주문 배분 기준은 증권사마다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동적이고 변수가 많은 시장 특성상 유동적으로 여러 배분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각 기준에 입각해 주문을 배분했을 때 집행 시장별 거래량 제한이 어떻게 준수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다자간 매매체결회사의 경쟁매매 방법을 통한 종목별 거래량 한도를 3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거래량 비중이 30%에 도달했을 땐 시장을 잠시 닫는 방식으로 그 한도를 준수할 방침"이라며 "물론 장중에 시장을 닫진 않겠지만 한도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미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 수익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hg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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