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밸류업 계획에 은행권 주가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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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윤슬기 기자 = 최근 은행권이 '역대급' 밸류업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을 두고 지난 2년간 은행권 주주환원 캠페인을 주도했던 얼라인파트너스 또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권에선 자사주 매입·소각에만 3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신한금융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5일 "신한금융의 밸류업 계획으로 은행권에서도 '메리츠 모델'이 나올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며 "이러한 추세라면 3차 은행권 캠페인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의 성과로 얼라인 측의 행동주의 캠페인도 어느덧 '9부 능선'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행동조의 펀드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맞물리면서 은행권은 주가 뿐 아니라 주주환원 기조 자체를 바꿔내는 성과를 냈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요구는 이 과정에서 지렛대가 됐다는 평가다.

최근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상반기 실적발표와 함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계획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신한금융의 경우 오는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와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심은 과감한 자사주 매입·소각이다.

총 3조원가량을 투입해 현재 5억 주가 넘는 유통 주식 수를 5천만주 이상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게 신한금융의 목표다.

금융권 안팎에선 연간 8천억원 이상씩 자사주 매입에 쓰겠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가가 오름세를 지속할 경우엔 투입 금액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은행권 또한 현재의 저평가 구간에선 기업가치 제고에 자사주 매입·소각보다 나은 대안은 없다는 얼라인 측의 입장을 대부분 수용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금융지주 가운데에선 유일하게 대규모 유상증자 등을 통해 '실탄'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던 신한금융이 이번에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을 계속 상향하기보단 13%를 유지하면서 초과분은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자본비율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우리금융 또한 고심 끝에 접점을 찾았다.

주주환원 확대 기준을 CET1 비율 12%에 둘 지, 13%에 둘 지를 고민하다가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의 이해 관계 모두를 고려해 12.5% 수준으로 잡았다.

CET1 비율 12.5~13.0% 구간에선 총주주환원율을 40%까지, 13% 초과 구간에선 50%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다.

아울러 주주환원율 40% 이내에서는 현금배당 성향은 30% 수준으로 설정하고, 나머지는 전액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하겠다는 게 우리금융 입장이다.

주가 또한 화답하고 있다.

밸류업 계획을 내놓은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달 초 4만7천850원이었던 주가가 20% 이상 뛰어 최근 6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또한 같은기간 10% 이상 뛰어 1만6천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조만간 밸류업 계획을 낼 것으로 알려진 KB금융에도 기대수요가 몰리는 분위기다. KB금융 또한 지난달 초 7만9천600원이었던 주가가 한 달 만에 9만800원까지 15%가량 오르기도 했다.

리딩금융 지위를 고려했을 때 KB금융은 최소 신한금융과 '동급' 수준의 밸류업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 대표는 "KB금융의 경우 초반부터 가장 완성된 수준의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내놨었던 데다 추가로 밸류업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에 투자 수요가 몰렸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금융의 경우 주가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 이는 밸류업 계획이 뚜렷하지 않았던 점과 환 변동 익스포저가 큰 점이 함께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밸류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가 향후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평가도 있다.

은행권의 고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현재보다 더욱 개선된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자장사 등의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주주환원 개선을 위해선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억눌렸던 주주환원을 이번 기회에 잡고 가자는 게 일단 은행권 전반적인 분위기지만, 향후 수익성 둔화와 장기 투자 이슈가 맞물리면 분위기는 또 변할 수 있다"며 "일단 주주환원율 50%와 CET1비율을 유지하려면 인수·합병(M&A)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결국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니즈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4대 은행(신한금융, KB금융지주, 우리은행, 하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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