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 몰린 조병규, '연임 도전 vs 용퇴' 주목

 

굳은 표정의 조병규 우리은행장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최근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 사고 관련 사과 발언을 마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4.6.19 jieunlee@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윤슬기 기자 = 우리금융이 이달 27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를 개시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그간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지만,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깜깜이' 구도로 바뀌고 있는 점은 변수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20일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개시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일단 내주 진행되는 이사회에서 관련 사안을 논의해 확정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은 최고경영자(CEO)의 공정한 선임을 위해 최소 3개월 전부터 선임 절차를 개시하는 것이다.

현 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행장 선임 프로그램' 가동 여부를 이달 말 정도에는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최대 관심사는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조병규 현 행장이 연임에 도전할 것이지, 아니면 부당대출 사건의 책임을 지고 용퇴를 할 것인지다.

조 행장은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이후 도입한 행장 선임 프로그램을 통해 최종 낙점된 인사인데, 지난해 5월 말 선임돼 올해 말 임기 만료되더라도 재임 기간은 1년6개월에 그친다.

짧은 재임기간과 프로그램을 통해 자질 및 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점, 경영 개선 능력을 보여준 점 등을 들어 조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또 새롭게 프로그램을 가동할 경우 후보자 선정과 검증, 역량·전문성 분석, 면접 등을 위해 유무형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 되는 요소였다.

하지만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금융당국이 사실상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보고누락 등에 따른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제기한 데 이어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우리금융 사태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현 경영진의 거취는 이사회가 판단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우리금융이 차기 행장 선임 프로그램 개시를 결정할 경우 결국 조 행장의 용퇴를 전제로 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 이사들은 금융당국의 '현 경영진 책임론'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당국의 입장을 마냥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이사회는 금융사 중심의 과점주주들로 구성돼 있어 금융당국의 입장과 완전히 배치되는 결정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며 "사외이사들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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