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저축은행 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매각해 단기 실적 방어에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상상인저축은행의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한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출자해 PF 펀드를 조성했는데, 사실상 부실채권을 파킹하기 위한 '꼼수매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하자산운용은 오하저축은행PF정상화지원일반사모투자신탁 제1호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지난 7월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PF 대출채권을 인수했다. 인수한 대출채권에는 A 개발사가 잠원동에서 진행하던 PF 사업장의 채권이 포함됐다. A 개발사는 지난 2022년 28곳의 금융회사로부터 브릿지론 대출을 받은 이후 두 차례 대출 연장을 거쳤다. 최종 만기였던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본 PF 전환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브릿지론 대출이 여러 차례 더 연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부실 사업장'이다.

이 펀드가 부실채권(NPL) 인수를 통해 정상화 전략을 활용한다는 점은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오하자산운용의 PF 펀드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대출채권만 골라 인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 펀드의 수익자가 상상인 계열의 저축은행으로만 구성돼 이들 금융회사의 부실채권만 골라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자 규모는 2천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PF 업계 관계자는 "공모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니고, 수익자가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뿐인 사모펀드라면 부실채권 파킹이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며 "상상인이 수익자가 아닌데도 이들의 부실채권만 사는 것이라면 바터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상인저축은행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은 펀드의 후순위 수익권자이고, 선순위 수익권자가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시장에서 조성된 저축은행 PF 펀드들은 진성매각, 파킹거래와 관련한 비판을 받아왔다. 부실채권을 비싸게 팔아 저축은행이 단기 실적을 방어하고 연체율을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5천100억원 규모로 조성된 2차 저축은행 PF 펀드는 출자 지분율 희석 또는 모자 펀드의 구조로 위법의 영역을 피하려는 노력이 포함됐다. 위의 구조를 통해 자산운용사가 독립적인 운용 권한을 확보해야 불법적인 요소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펀드들은 실제로 다수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골고루 인수하기도 했다. 오하자산운용의 펀드가 상상인 계열의 PF 채권만 인수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PF 펀드들은 파킹이나 자전거래 등의 이슈로 논란이 되고는 있으나 최소한 법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한 구조는 확보했다"며 "상상인저축은행의 행보가 다소 노골적이라 놀랐다. 단독 출자자가 자신의 부실채권을 펀드에 넘긴 것은 파킹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금감원은 지난 7월 초 저축은행 PF 펀드의 파킹거래 이슈가 불거지면서 추가적인 펀드 조성을 자제하라는 입장을 보인다. NPL 펀드의 활용은 자칫 금융회사의 부실 이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에 저축은행 업계가 3차 펀드 조성을 중단했지만, 일부 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나서 조성된 펀드들도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펀드 역시 이런 펀드의 일종으로 파악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중앙회와 업계가 같이 조성한 펀드 외에 저축은행들이 짬짜미로 만든 펀드들이 있다"며 "현재 점검 중으로, 파킹을 통한 부실 이연이나 진성매각, 불법 여부 등 판단할 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영등포구 여의도동)
[촬영 안 철 수] 2024.8.10

nkhw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3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