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이 한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통위원들이 집값 급등과 내수 경기 부진 가능성 중 어느 위험 요인에 방점을 찍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16일 금통위가 최근 강조한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정책효과를 확인할 시간이 부족한 만큼 뚜렷하게 비둘기파적인 스탠스를 드러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10월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둔다면, 그 전 마지막 회의인 이번에 어느 정도 신호를 보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줄타기'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뜨거운 집값 심리…통화 완화 신호 부담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32% 올랐다. 21주 연속 상승세고, 주간 상승률 기준으로는 5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지난 8일 정부가 이른바 '8·8 대책'을 내놓고, 정책금융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등 부랴부랴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즉각적인 가격효과는 없었다.

부동산 심리 지수는 더 위험하다. 국토연구원은 7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수도권 소비심리지수가 116.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가 상승 국면에 해당하는 115 위로 올라온 것은 2021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실제 가격과 심리 측면에서 정책 효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오는 22일 금통위 금리 결정까지도 이를 판단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부동산 공급 및 대출규제 조이기 등 거시정책을 통해 부동산을 진정시키고, 통화당국은 금리 인하로 내수 부진 위험에 대응하는 것이 정책조합으로 보이지만, 이 조합이 제대로 된 처방이 될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한은이 예상치 못한 금리 인하 혹은 다음 회의에서는 금리를 내리겠다는 명확한 신호 등 완화적인 스탠스를 취할 경우, 정부와 통화당국의 '엇박자' 상황이 다시 전개될 수 있다.

향후 금리 인하가 주목받으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되려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도 "부동산 심리 진정이 긴요한 시점에서 비둘기파적인 메시지를 내놓는 데 대한 부담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10월 인하라면 신호 필요…'조건부' 비둘기 가능

한은이 부동산 문제에 집중하면서 매파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기에도 난감한 상황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면서 한은도 10월에는 금리를 내릴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확고하다.

국고채 금리는 이 총재가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했던 지난 7월 금통위 때보다도 더 낮아진 상황이다. 그만큼 이제는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점을 확신하는 셈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대책 이후에는 한은이 금리를 내려 달라는 의견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바 있다.

물가가 안정된 만큼 장기간의 고금리 부담으로 부진한 내수를 지원할 때가 됐다는 것이 핵심적인 근거다.

한은도 지난 7월 회의에서 부동산 안정 강조 등 전반적으로 매파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통방문을 통해 앞으로 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하겠다는 등 4분기 인하의 문을 연 바 있다.

금통위가 10월을 금리 인하 시기로 잠정 결정했다면, 이번 회의에서는 이에 맞는 신호를 내놓을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9월에는 금통위가 없는 만큼 이번이 마지막 회의인 탓이다.

그런 만큼 한은이 '조건부 비둘기' 스탠스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 필요성을 전제하면서도 금리 인하 신호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통방문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한다"는 표현에서 '충분히'를 삭제하거나,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위원의 숫자가 기존 2명에서 늘어난다면 향후 금리 인하 신호를 더 강화할 수 있다. 인하 주장 소수의견이 등장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반면 통방문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안정'이란 조건을 유지하고,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이 우선해야 금리 인하가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면 균형을 찾을 수 있다.

조만간 금리를 한 차례 내리더라도 부동산 및 가계부채가 진정되지 못한다면 추가 인하는 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식의 커뮤니케이션도 심리의 쏠림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금통위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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