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의 올해 마지막인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창용 총재가 금리 인하 중단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을 기습적으로 내놓아 채권시장은 한은의 정책기조 전환 충격을 이미 한차례 반영했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이 인하 기조의 중단을 명시적으로 시사할지, 인하 필요 소수의견과 포워드가이던스에 변화가 있을지, 새로운 경제 전망치는 어떻게 제시될 것인지에 따라 채권시장이 출렁댈 수 있다고 봤다.

◇통방문 "인하 기조 지속" 표현에 촉각…변화 가능성

시장 참가자들이 최우선으로 주목하는 대목은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에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 나가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란 문구가 변할 것인지다.

이 총재가 "데이터에 따라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도 검토할 수 있다"고 한 만큼 해당 문구의 변화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 총재는 또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인하 사이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1년보다는 훨씬 짧은 기간 내에" 금리를 내리겠다는 의사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이후 금리 동결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하 사이클이라는 정책 기조를 고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이 해당 문구를 수정한다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 추가 인하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 정도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지난 금리 인상 사이클의 마지막 인상이었던 2023년 1월 회의 통방문을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변경했다.

직전인 2022년 11월 통방문에는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었다.

금리 인상을 기본으로 하고 폭과 속도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던 데서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표현을 바꾸면서 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시사했던 셈이다.

당시와 같이 한은이 '인하의 필요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통방문 표현을 바꾼다면, 인하 사이클의 종료를 시사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증권사의 채권딜러는 "통방문 변화를 통해 인하 사이클의 종료가 확실해지면 시장은 한 번 더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닫히면 3년 국고채 기준 2.7% 선은 하회할 수 없는 하방이 되는 만큼 상승 테스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성환의 선택과 포워드가이던스 바뀌나

지난 10월 회의까지 두 번 연속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낸 신성환 위원의 견해 변화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신 위원은 지난 10월 회의에서는 빠른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인하 시점이 이미 상당히 지연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 위원이 불안한 부동산 및 환율 상황을 감안하고도 인하 필요성을 역설했던 만큼 해당 요인이 인하 주장을 철회할 배경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내년 성장 전망이 상당폭 개선된다면 인하 시기가 지나갔다는 판단을 내릴 근거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신 위원이 인하 주장을 철회하면 이 또한 시장에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10월 금통위에는 이후 신 위원의 소수의견이 금통위 내부에서 합의된 정책의 선행 신호가 아니라 실제로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란 인식도 확산한 만큼 소수의견의 유지 여부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소수의견보다 중요한 것은 총재 제외 6인 금통위원의 포워드가이던스가 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회의에서는 4명의 위원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쪽이었다. 8월 회의 5명에 비하면 비둘기 진영에서 1명이 이탈했지만, 여전히 다수다.

이 총재의 지난주 발언과 더욱 불안해진 외환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위원의 수는 더 줄어들 것이란 게 시장의 컨센서스다.

하지만 지난 2023년 금리 인상 중단 이후의 포워드가이던스를 감안해 보면 인하 가능성을 닫는 위원이 소수일 가능성도 여전하다.

2023년 1월 이후 장기간 금리를 동결하는 와중에도 당시 금통위원 대부분은 인상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포워드가이던스를 고수했다.

물가가 다시 치솟거나 부동산 가격이 재급등할 경우 등에는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의사였다.

당시 실제 인상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꼬리 위험을 우려해 이른바 '보험성' 포워드가이던스를 내놓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보험성이라고 해도 이번 회의에서도 금통위원 과반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시장의 불안이 다소 진정되는 효과는 나타날 수 있을 전망이다.

◇잠재 이상 성장률 전망치 찍힐까…물가도 복병

한은이 내놓을 내년 성장률 전망치에도 시장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지난 8월 내놓은 올해 0.9% 및 내년 1.6% 성장 전망치의 상향 조정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 총재도 지난주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잠재성장률인 1.8%를 넘어서는 내년 전망치가 제시될 것인지다.

국내 대표적인 거시경제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1.8% 성장을 예상했고, 한국금융연구원은 2.1%를 내다봤다.

한은이 2% 등 대폭 상향된 전망치를 내놓는다면 추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완전히 소멸할 수 있다.

반면 KDI와 같은 1.8% 수준이라면 올해 저성장에 따른 마이너스(-) GDP 갭에 대한 총재의 평가에 시장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 총재는 GDP 갭을 메우기 위한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었지만, 지난주 외신 인터뷰에서는 데이터에 따라 금리 인하 중단도 검토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었다.

그동안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지만, 물가 전망치도 주의해야 하는 변수다.

지난 8월 한은의 물가 전망치는 올해 2.0%, 내년 1.9%다.

하지만 달러-원 환율의 고공행진이 장기화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물가 전망치에 변화 가능성도 있다.

지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일부 위원이 원화 약세와 자산 가격의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지적하기도 했다.

내년 물가 전망치가 관리 목표인 2% 위로 상향 조정된다면 금리 인하 기대는 더 위축될 수 있다.

 

금통위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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