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美, 국민연금과 통화스와프 비판적으로 평가한 적 없어"

 

 

코스피ㆍ코스닥 하락 마감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11포인트(0.61%) 내린 3,929.51에, 코스닥은 7.38포인트(0.84%) 내린 871.32에 장을 마감했다. 2025.11.19 yatoya@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에 힘을 보탤 조짐을 보이자 서울외환시장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의 '액션'이 미칠 파장이 상당한 만큼 시장 참가자들은 관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나서는 것에 대해 미국 정부가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해석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 측도 국민연금의 자연스러운 외환 전략 변동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환율 상승 국면을 맞아 국민연금이 고환율을 진정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상단 지지력이 한층 더 강화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4일 환율 쏠림에 대해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해 대처하겠다면서 고강도 대응을 시사한 결과다.

외환당국은 원화 약세 기대의 고착화로 환율 하방 경직성이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국민연금,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재등장에 이목이 쏠리는데 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급등하자 스와프 한도를 늘리고 환 헤지에 나서면서 상승세 진정에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외환당국과의 외환스와프로 시장을 거치지 않고 필요한 달러화를 조달하고, 환 헤지를 통해 시중에 달러화를 풀리게 해 환율 하향 안정화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앞서 1,480원대까지 올랐던 달러-원 환율이 점차 레벨을 낮춰 1,300원 후반대에 안착하는 '국민연금 효과'를 경험한 시장은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머리를 맞댄다는 소식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바로 움직이는 것 같다거나, 계산 결과 전략적 환 헤지가 발동될 레벨에 도달했다는 등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국민연금의 달러화 매수가 잦아들고 있고 며칠 사이 큰 규모는 아니지만 매도 물량이 나온다는 얘기도 들린다.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만한 움직임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달러화 수요가 상당한 국민연금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한 은행 딜러는 "국민연금이 달러화를 사지 않은지 조금 된 것 같다"고 했고, 다른 은행 딜러는 "요 며칠 국민연금 매도가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딜러는 "환율이 단기간에 워낙 많이 올라 국민연금이 전술적 환 헤지에 나설만하다"며 "전략적 환 헤지는 아직 트리거가 발동되지 않았을 테고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전술적 환 헤지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전술적 환 헤지는 기금운용본부가 해외자산의 5% 범위에서 재량으로 할 수 있는 환 헤지다.

전략적 환 헤지는 해외자산의 10%까지 가능하며 환율이 장기 평균을 일정 기간 넘는 경우 발동 요건이 충족된다.

 

트럼프 대통령 맞이하는 이재명 대통령
(경주=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북 경주박물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한편,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미국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로 인해 한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하지만 정부는 충분한 소통으로 미국도 이해하게 된 국민연금의 외환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원화 절하와는 무관하게 해외 투자를 위해 달러화를 사들이며 과도한 환율 상승 국면일 때 스와프와 환 헤지로 환율 변동 리스크를 완화하고 수익도 챙긴다는 것을 미국도 알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국민연금의 등판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해석은 미 재무부가 반기마다 발간하는 '환율 보고서'에 국민연금이 언급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에 나온 보고서에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12월 한국은행과 외환스와프 한도를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증액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는 하지 않고 사실관계만을 나열하고 있어 원론적인 언급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설사 미국이 이를 중요하게 본다고 할지라도 의구심의 방향은 국민연금을 통해 무역 이점을 가져가려고 원화 가치를 절하, 즉 달러-원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향해있다.

따라서 달러-원 환율 상승 쏠림에 제동을 걸기 위해 외환스와프를 활용하고 환 헤지를 하는 것은 반대로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해주는 움직임이다.

미국이 내심 무역 이점을 고려해 달러화 약세를 바란다면 국민연금이 원화 강세를 유도하는 것은 오히려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다.

실제 미국도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지난달 초 타결된 한미 환율 합의에서도 일본, 스위스 사례와 달리 합의문에 외환시장에 우회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정부 투자기관의 예시로 연금(pension fund)이라는 문구가 빠졌다.

국민연금이 독자적으로 외환 전략을 펼치며 의도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밑지는 장사라고만 볼 수 없다.

환율 변동 리스크를 완화할뿐더러 고점에서 헤지한 이후 환율이 떨어지면 결과적으로 환차익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헤지 포지션 청산이라는 숙제가 남지만 수익성을 확보하고 환율 안정에도 기여했다는 평가까지 받게 된다.

국민연금이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렇게 외환시장 안정화에 일조하는 것은 훗날 국민연금을 보호해줄 방패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했을 때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화를 위해 나서는 것을 미국이 불편하게 볼 것이란 염려는 기우라고 기획재정부는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이 환율 보고서를 통해 당국과 국민연금의 통화스와프를 비판적으로 평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환율 협상 과정에서도 중단 요구를 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가 급격하게 약세를 보일 때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스와프에 대해 미국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문제 삼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ywshi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연합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