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한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면서 종합 금융그룹 완성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의 부당대출 관련 종합검사 결과 발표와 경영평가등급 불확실성 등의 걸림돌이 남아 있지만, 인수·합병(M&A)에 대한 스케줄대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다.
이런 가운데 임종룡 회장이 보험사 인수 필요성에 대한 강한 당위성을 거듭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회사 편입 심사 등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묘책을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최근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험사 인수로 걱정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잘 풀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겠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5일 열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해선 동양·ABL생명 인수 절차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경영전략회의 직후 금융당국에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한 것도 임 회장의 이러한 의지와 무관치 않다는 게 우리금융 내부의 전언이다.
임 회장은 종합금융그룹으로 가는 데 가장 큰 발판을 자회사의 포트폴리오 완성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임 회장은 가장 완성형의 종합금융그룹으로 평가받는 KB금융지주를 직접 언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리딩 금융지주인 KB금융과 우리금융의 격차는 결국 보험·증권 포트폴리오 완성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게 임 회장의 판단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KB금융과 우리금융의 순이익 격차는 1조7천억원 수준으로, 대부분 보험·증권 계열사 실적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력인 은행의 순이익 차이는 1천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보험사를 품어 종합금융그룹사로서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KB금융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4조3천953억원이었다. 같은기간 2조6천591억원의 흑자를 낸 우리금융과는 1조7천362억원 차이다.
은행 부문에선 KB국민은행이 2조6천179억원, 우리은행이 2조5천31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KB금융은 KB손해보험에서 7천400억원을, KB라이프생명에서 2천768억원 등 보험 계열사에서만 1조원이 넘는 흑자를 챙겼다.
KB증권 또한 5천468억원의 순이익을 지주에 안겼다.
보험·증권에서만 1조5천억원 이상의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반면, 우리금융의 경우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이 3분기까지 1천억원대의 흑자를 거둔 것을 제외하면 의미 있는 실적을 낸 자회사 자체가 없었다.
우리금융 산하 증권사의 경우 최근 합병을 완료해 아직까진 영업을 준비 중이고, 보험 계열사는 아예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다.
우리금융의 경우 보험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 여건이 비교적 유리하다는 점도 임 회장이 제시한 주요 M&A 논리 중 하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동양생명의 방카슈랑스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이를 인수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우리금융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얘기도 있었다"며 "향후 헬스케어나 요양사업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생보사 인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적극 어필했다"고 했다.
아울러 문제가 되고 있는 자본비율 이슈 또한 M&A로 풀어야 한다는 게 임 회장의 생각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이슈 뿐 아니라,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열위하다고 평가받는 우리금융의 자본구조 하에서 보험사 인수가 적절한 지에 대한 분석 작업에도 착수한 상태다.
다만, 임 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양·ABL생명의 안정적인 수익성이 우리금융의 자본비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보험료 기준 업계 6위인 동양생명은 지난 2023년 말 3천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9위인 ABL생명도 800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를 고려하면 합병시 보험 통합법인은 합산 50조원 규모의 자산과 4천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내는 생보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동양·ABL생명 인수에 따른 단기적 자본비율 악화는 5bp 안팎에 그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다른 관계자는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변화를 수반하지 않고 자본비율을 관리하기 위해선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게 임 회장 일관된 입장이다"며 "최근 적극적인 스탠스로 주변 설득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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