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인이 누굽니까"
KB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26일, 고요했던 주총장에선 한 주주의 성토가 다른 주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매년 주총을 찾았던 주주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주주가 양종희 회장(의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향해 따끔한 충고를 건넸기 때문이다.
그 주주는 "의장님이 KB금융 주총에 몇 번 참석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먼 곳에서도 매번 참석해왔다"며 "그런데 지난번 총회 때 (의장의) 모습이 (이전과) 너무 달라서 섭섭했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여기 앉아 있는 (주주)분들은 KB금융의 주인이다. 그런데 총회가 끝나자마자 주주들은 남아 있는데 (의장이) 먼저 나가는 모습이 너무 섭섭했다"고 토로를 이어갔다.
그는 "이전 의장들은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자리에 남아 (주주들과) 인사도 하고 대화도 나눴다"면서 "주주들이 먼저 나가고 나면 그제야 의장이 자리를 뜨곤 했다"고 지적했다.
이 주주의 성토는 한동안 이어졌다.
그는 "앞으로 주주들이 섭섭하지 않게 해달라. 의장님이 이번에 두 번째라 서툴러 그런지 모르겠다"면서도 "주주를 생각하는 마음이 먼저 배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상치 못한 주주의 지적에 양 회장도 자세를 낮췄다.
양 회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주총 이후 은행권 안팎에선 해당 주주의 조언을 회자하는 평가가 많다.
특히, KB금융 내부에선 해당 주주가 전임 회장을 직접 거론하며 현 회장과 비교하자 적잖은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후문이다.
전임 회장을 기억하는 한 은행권 관계자는 "평소에도 주변 지인들을 잘 챙기고 어디에나 깍듯했던 분이었다"며 "주주들에겐 오죽했겠나"고 전했다.
그간 KB금융은 주주를 살뜰히 챙기기로 손꼽혔던 곳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지난 2015년부터 주주와 사외이사, 경영진이 한데 모여 최신 경영 현안과 그룹 중장기 비전을 공유했던 '주주간담회'는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행사이기도 했다.
별도의 IR 행사를 열 정도로 주주들을 챙겨왔던 KB금융으로서는 이날의 지적이 꽤나 불편했을 것이다.
특히, 주가가 아닌 주주를 대하는 최고경영자(CEO)의 태도를 향한 불만이었다는 점은 더 조심스러운 대목이다.
이렇다 보니 주총장에서 뱉은 양 회장의 말도 빛이 바랬다.
이날 양 회장은 "남들보다 반걸음 빠른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향한 신속한 변화를 약속한 양 회장이지만, 아직 주주들에겐 완전히 다가가지 못했단 평가가 나온다. (금융부 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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