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코스피가 80% 넘게 급등하면서 주가 상승분만으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올해 말 목표치인 14.9%를 한참 넘어섰다.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 상단까지 근접하면서 국민연금발 매도 우려가 피어올랐다.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벗어나더라도 SAA 허용범위 내에 있으면 목표비중으로 간주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SAA 허용범위인 3%포인트를 적용한 17.9%도 임박했거나 이미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SAA를 벗어날 경우 기금운용본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일차적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SAA 허용범위인 17.9%보다도 높아질 경우 SAA 허용범위 내에 있도록 리밸런싱(조정), 즉 기계적 매도를 실시하게 된다. 기계적 매도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초대형 고래'로 불린다. 시장 전체가 출렁일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기 때문에 정교해야 한다. 기계적 매도라도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줘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동시에 전술적자산배분(TAA)을 활용하는 카드를 고민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경제 상황 변화 및 금융시장 전망에 따라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한 SAA를 전술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데, 이게 바로 TAA다. 매년 기금위에서는 자산배분안을 결정하면서 기금본부에 TAA라는 재량권을 준다. 국내주식 TAA 허용범위는 2%포인트다.
코스피 상승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SAA 상단인 17.9%를 위협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TAA 재량을 활용해 19.9% 이내에서 기계적 매도를 막을 수 있다. 즉, TAA는 추가 매수 의지라기보다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보유를 연장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TAA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했는지는 기금운용본부의 성과에도 반영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주식이 오르고 있을 때 추격매수를 하진 않는다"며 "시가평가를 하다 보니 국내주식 비중이 늘어났고, TAA를 활용한다는 건 굳이 기계적 매도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향후 국내주식을 더 사들일지 여부는 중장기자산배분안을 의결하는 내년 5월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6%가 넘는 규모를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투자 다변화를 위해 해외·대체자산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매년 국내주식을 0.5%포인트씩 줄여나가고 있다.
만약 내년 중장기자산배분안 의결 시 국내주식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한다면 연금개혁이나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를 고려해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전에 SAA나 TAA의 허용범위 확대 논의가 시작된다면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을 확대할 의지가 더욱 강력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국내주식 SAA 허용범위를 기존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확대한 바 있다. 국민연금 매도세로 주가가 오르지 못 하고 있다는 외부 압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결정이었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전에 정한 원칙은 지키는 게 맞다. 과거 SAA 허용범위는 늘린 건 엄청나게 잘못한 선례"라며 "압력이 있다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때 일도 있었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증권부 송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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