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한국은행은 국내 주택시장에 경제여건과 무관하게 편향된 기대가 형성되어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된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금리 인하가 주택가격을 큰 폭으로 끌어 올려 금융안정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진운 한은 경제모형실 조사역 및 이정혁 한은 금통위실 조사역 등 연구팀은 11일 발표한 'BOK경제연구 : 진단적 기대를 반영한 주택시장 DSGE모형 구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주택수요는 경기 상황보다 미래 주택가격에 대한 경제주체의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팀은 전통적으로 주택시장 참가자들의 기대형성 방식과 관련해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s)'를 가정했지만 최근 주요 해외 연구들이 합리적 기대 가설이 주택가격 변동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하고 있어, 이를 우리나라에 접목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우선 주택가격전망 심리지수(CSI) 자료를 이용해 합리적 기대 가설이 국내 주택시장 참가자들의 기대형성 방식을 잘 설명하는지를 검증했다.

그 결과 실제 주택가격이 상승 국면에서 하락 국면으로 전환되는 시기에도 경제주체들은 미래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상당기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국내 주택시장 참가자들의 기대형성 방식이 합리적 기대에서 벗어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대형성 방식의 도입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합리적 기대보다 '진단적 기대(diagnostic expectations)'가 국내 주택가격의 움직임을 잘 설명한다고 판단해 이를 반영한 주택시장 거시경제 모형을 구축했다.

진단적 기대는 경제주체들이 주택가격 상승과 관련한 과거 또는 최근의 뉴스 정보나 기억을 선택적으로 회상해 경제여건 변화와 무관하게 미래에도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편향된 기대를 형성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모형을 이용해 금리 인하 충격의 효과를 분석해본 결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과도하게 형성되면서 합리적 기대에 비해 주택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성장 제고 효과는 합리적 기대에 비해 축소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부적으로 진단적 기대를 가정할 경우 합리적 기대에 비해 기준금리 25bp 인하 충격 발생 후 8분기 시점에 주택가격은 56% 정도 높게 상승하고, GDP·투자·소비는 8~10% 정도 낮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경제주체들 간에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게 형성된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할 경우 성장 제고 효과는 약화되는 반면,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금융안정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진단적 기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이 과도하게 주택가격 상승기대를 형성하지 않도록 주택시장 관련 대책들을 일관성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부진에 대응한 통화정책 완화 시에는 거시건전성정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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