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초고압 변압기 공장으로 전력시장 선점 나서
"글로벌 넘버원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입지 확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조현준 효성[004800] 회장이 미국에 승부수를 던졌다. 빠르게 달리며 국내 주가 1위를 기록 중인 효성중공업[298040]의 미국 최대 변압기 공장을 세운다. 공급망 주도권을 잡고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효성중공업은 18일 미국 테네시주에 소재한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에 1억5천700만달러(한화 약 2천300억원)를 투자해 2028년까지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추가증설로 효성중공업의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은 미국 내 가장 많은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 조현준 회장, 과감한 인수 이끈 뚝심 경영
효성중공업과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로 거듭날 미국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은 사실상 조현준 회장이 만든 '신데렐라'다. 지난 2020년 인수 당시만 해도 여러 리스크가 있다는 내부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조 회장은 미국 전력시장의 미래 성장성과 멤피스 공장의 넓은 부지 활용성에 주목했다. 현지 생산기지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인수를 추진했다.
일찌감치 AI의 발전에 따른 싱귤래러티(singularity, 특이점)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 까닭이다. 효성중공업이 글로벌 산업 재편을 이끌 전력 인프라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돼야 한다는 신념을 확고히 했다. 미국 내 생산 거점이 있어야 전력 인프라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은 최근 노후 전력 설비 교체수요, AI 확산에 따른 전력망 확충 수요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변압기 시장은 연평균 약 7.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약 122억달러였던 시장이 10년 후 약 257억달러로 예상된다.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765kV(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 설계·생산이 가능한 공장이다. 효성중공업은 2010년대 초부터 미 765kV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kV 초고압 변압기의 절반 가까이 공급했다.
◇ 준비된 자에게 기회 온다…발로 뛴 경영
조 회장은 '솔선수범' 리더십을 발휘했다. 전 세계에 걸친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수많은 유력인사와 교류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올해도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알 카아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을 비롯해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등 실리콘밸리에 많은 IT(정보기술) 전문가, 에너지 업계 리더들을 만나 에너지산업 변화와 사업 협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눴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한미일경제대화'를 통해 소통했다. 올해 세 번째 만남이다. 빌 리 테네시주지사와도 회동해 멤피스공장을 북미 전력산업의 핵심 기지로 만드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효성그룹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스타게이트 등 에너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받고 적극 검토 중이다.
조 회장은 이번 추가 투자에 대해 "북미 시장에서의 위상을 기반으로 글로벌 넘버원(No.1)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주 쌓일수록 뛰는 주가…황제주 탄탄대로
효성중공업의 수주는 해가 갈수록 수조원씩 불어났다. 2023년 말에 5조8천억원이던 수주잔고는 작년 말에 9조2천억원이 됐다. 올해 3분기를 마치면서 11조1천억원으로 확대했다.
전력기기 바탕인 중공업 부문은 이익률이 상당하다. 지난 분기에 17.1%를 기록했다. 특히 초고압 전력기기로 갈수록 단가와 기술 장벽이 높아져 이익이 많이 남는다. 가격 협상력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독보적 위치를 높게 평가한다. 수주잔고를 따라 주가가 급등 중이다. 작년에는 효성중공업 주가가 국내 상장사 중 6위였는데, 이제는 1위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450%다.
효성중공업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인도, 중국 등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장할 방침을 세웠다. 초고압직류송전(HVDC), 유연 교류 송전 시스템(FACTS), 전력 설비 설루션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액화수소 생산 및 판매, 수도권 데이터센터 구축 등의 신사업 투자를 고려한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익성 높은 미국 중심의 수주 전략을 유지해 내년 신규 수주의 50% 이상은 북미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추가 증설을 통한 중장기 성장 동력 강화로 이익 개선은 2028년을 넘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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