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기아[000270]가 주식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 자체적인 주가 모멘텀이 떨어지면서, 형인 현대자동차[005380]의 그늘에 가려지는 현상이 심화했다. 저평가를 알아보는 투자자들이 기아로 돌아올지 이목이 쏠린다.
24일 연합인포맥스 종목별 주식 일별 추이(화면번호 3121)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일까지 기아의 주식 거래대금은 1조4천6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974억원으로 전월 대비 34%가량 줄었다. 올해 일평균(1천65억원) 대비로도 낮다.
현대차와 비교하면 투자자들의 기아에 대한 무관심이 두드러진다. 이달 기아의 현대차 대비 주식 거래대금 비중은 47.5%에 그친다. 전월에 이어 투자자들이 현대차 주식을 100만원 거래한다고 하면, 기아는 5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중 최저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투자금 중 기아 비중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기아나 현대차나 주식거래 대금이 매달 거의 비슷했다. 기아의 주가 흐름이 더 긍정적이거나 저평가됐다는 조짐이 보이면 거래대금이 50% 이상 많을 때도 있었다. 현대차그룹과 자동차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에게 기아는 단순 '아우'가 아닌, 현대차의 비교군이면서 고유의 매력이 있는 종목으로 평가받았다.
국내 주식시장에 기업 밸류업과 지배구조 이슈가 부각되면서 기아 주식이 아우 그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고 시장참가자들은 분석했다. 그룹의 자원과 역량이 집결되는 곳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대차가 지목됐고, 향후 주주가치를 더 크게 끌어올릴 곳이라는 판단이 확산했다. 주주환원과 그룹 지배구조 개편 수혜의 중심축인 현대차로 매수세가 쏠린 것이다.
기아가 최근 트럼프 관세 국면에서 어닝 쇼크(실적 충격)까지 겪자, 기아를 제쳐두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현대차와 수익률이 벌어져 갈아탔다는 전언이다. 올해 하반기 현대차의 주가는 27% 오른 반면, 기아는 17.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 투자금을 현대차가 빨아들이는 강도가 강해졌다"며 "미국과 국내에 대한 대규모 투자 속에서 기아 고유의 장래성이 발휘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들이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이 빠르게 기아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주가 저평가가 심해져 계기만 마련되면 매수가 확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달 중순 40%를 넘겼던 외국인의 기아 보유율은 전일까지 39.68%로 다소 주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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