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내년에 마지막 자사주 781만주 소각

이재용 지분율, 2023년 18.1%→2026년 20.7% '껑충'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점점 강화하고 있다. 삼성의 지주사 격 회사인 삼성물산 지분율이 갈수록 늘어 내년엔 20%를 넘게 된다.

심지어 이 회장은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한 푼'도 들이지 않았다. 삼성물산의 자기 회사 주식(자사주) 소각이 이 회장의 지분율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지배력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셈이다.

물 마시는 이재용 회장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5.11.16 superdoo82@yna.co.kr

19일 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 최대 주주인 이 회장의 3분기 말 기준 지분율은 19.76%로 작년 말(2024년 12월) 18.90% 대비 0.86%포인트(p) 증가했다.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 관장 등 특수 관계인 몫을 모두 더하면 36.02%다.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역시 지난해 말 34.45%보다 1%p 이상 늘었다.

이는 이 회장 등 삼성 오너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작년보다 강화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은 지주사 격 회사인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 전반을 지배한다. 물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032830], 삼성SDS[018260]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 회장 등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높아진 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서가 아니다. 삼성물산이 최근 3년간 주주환원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매년 자사주를 소각하며 자연스럽게 생긴 변화다.

이 회장의 삼성물산 주식 수는 지난 2021년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을 받아 3천388만220주로 늘어난 이후 전혀 변동이 없다. 이부진 사장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일부 처분했지만, 이 회장은 일절 건드리지 않았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 2023년 2월 '3개년(2023~2025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당시 보유 중이던 자사주 전량을 5년간 분할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보통주 2천342만2천689주(13.2%)와 우선주 15만9천835주(9.8%)로, 시가 기준 3조원이 넘는 규모였다.

당시 회사는 "기업가치 제고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소 배당금과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 확대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삼성물산이 2023년 2월 발표한 자사주 전량 소각 계획
[출처:삼성물산]

삼성물산 이사회는 이듬해 1월 계획을 살짝 손봤다. 보유 자사주 전량을 향후 3년간 균등 분할 소각하기로 확정했다.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짰다.

그리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작년 4월 보통주 1/3에 해당하는 781만주와 우선주 전량을 소각했고, 올 2월에도 보통주 781만주를 소각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지분율이 꾸준히 늘었다. 2023년 말 18.10%에서 2024년 말 18.90%로, 2025년 3분기 말엔 19.76%까지 증가했다. 자사주 소각 시 발행주식총수가 줄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삼성물산이 남은 자사주(9월 말 기준) 781만주를 내년에 마저 소각하면 이 회장 지분율은 20.7%까지 늘어난다. 특수 관계인 보유 주식 수가 지금과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최대 주주 및 특수 관계인 지분율은 현 36.02%에서 37.74%로 높아진다.

자사주 소각이 주가 부양 등 주주가치 제고뿐 아니라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모습은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향후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달 이행 완료했다.

이 중 최초 취득한 3조원 규모의 자사주는 곧장 전량 소각했다. 나머지 매입분 중에서도 임직원 주식 보상 등을 제외한 자사주는 소각을 약속했다.

이 회장의 지분율은 작년 말 1.63%에서 올 9월 말 기준 1.65%로 증가했다. 추후 자사주 소각 시 추가로 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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