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버넌트 라이트 대출이 만들어내는 변화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미국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의 진짜 위험은 대출 조건 완화보다는 부실의 책임과 구조가 차입 기업에서 운용 펀드로 전이되는 '리스크의 이동'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에는 기업이 감당하던 빚의 위험이 이제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펀드 내부에 숨은 레버리지 형태로 겹겹이 쌓여 금융 시스템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에서 최근 사모대출 시장의 대세가 된 '코버넌트 라이트(Cov-lite, 재무제약 완화)' 대출이 만들어내는 변화에 주목했다.
과거 엄격한 재무제약(Cov-heavy) 하에서는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채권단이 즉시 개입해 구조조정 등 선제적 조치가 가능했다. 위험은 기업 단계에서 통제되고 책임도 기업이 졌다.
하지만 Cov-lite 환경에서는 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해도 펀드가 조기에 개입할 명분이 없어 기업의 유동성 위기나 차환 부담은 그대로 펀드에 떠넘겨진다.
이영주 연구원은 이를 두고 "기업의 위험이 펀드로 옮겨붙는 '다층(多層) 레버리지'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때 펀드는 'NAV론(펀드순자산가치 담보대출)'이라는 수단을 통해 새로운 빚을 내서 위기에 처한 기업을 지원하거나 기존 투자자에게 자금을 분배한다. 이는 겉으로는 펀드의 유연한 유동성 관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기업의 부실을 펀드의 새로운 빚으로 덮는 과정이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감독 당국의 시야 밖에서 그림자처럼 이뤄진다는 점이다. 사모대출 펀드는 은행과 달리 바젤III 같은 엄격한 자본 규제를 받지 않으며, NAV론 등 펀드 단위의 차입은 공시 의무도 없다.
이 연구원은 "신용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고 기업 단계에서 펀드 구조 속으로 흡수되어 '그림자 레버리지'로 쌓이는 것"이라며 "표면적으로는 펀드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보여도 내부적으로는 특정 충격에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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