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이 자국의 '트리플A' 등급을 방어하고자 새로운 전략을 꺼내 들었다. 바로 영국의 상황이 더 나쁘다며 화살을 돌린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파리시간) 보도했다.
크리스티안 누아예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신용등급이 강등된다면 영국이 먼저라야 한다. 대규모 재정 적자에다 훨씬 많은 부채와 인플레이션 문제를 안고 있고 성장률도 프랑스보다 낮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는 이날 브라질을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누아예 총리와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다.
그는 "유럽은 유로화와의 관계에서 도전에 직면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부채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영국은 적자나 부채가 더 많지만, 신용평가사가 아직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는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유로존 트리플A 국가에 대해 등급 강등 경고를 발령한 이후 어느 국가보다 등급 하향 위험이 커짐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신중하게 펼치고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유로존 트리플A 등급 국가 가운데 프랑스의 적자가 가장 많고 공공부채도 높은 수준이다. 또 S&P는 프랑스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2단계 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등급 경고를 받지 않은 영국의 재정 상황은 프랑스보다 부정적이다.
유럽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국은 9.4%로 전망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이미 지난 주말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서로 칼끝을 겨눈 바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조약 개정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캐머런 총리가 회담 동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캐머런 총리는 그러나 자신의 요구가 '겸손하고 합당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WSJ은 영국의 재정상황을 비판하는 것은 등급 강등이 대수롭지 않은 일로 평가하는 프랑스의 또 다른 시각이라고 분석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미 프랑스가 트리플A 등급을 잃으면 어려움이 커지겠지만 극복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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