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국내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수년간 빅딜(Big dael) 자문을 주도했던 한 외국계 투자은행(IB)의 M&A팀은 최근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각종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약에 담긴 내용이 과연 국내 대기업들의 지배구조와 사업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며, 앞으로 M&A와 기업자문 시장 등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는 비단 이 외국계 IB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최근 국내외 M&A 자문업계의 관계자들에게 근황을 물으면 꼭 돌아오는 답변이 있다.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될 것 같습니까"

IB 업계가 오는 19일 치러질 제18대 대통령선거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대기업 정책 방향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이는 곧 IB의 돈벌이와도 직결된다.

대형 IB의 한 임원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내세운 지주회사 요건 강화 공약에 관심을 보였다.

이 임원은 6일 "대기업들이 계열사 간 합병이나 매각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부채 규모도 더 줄여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비주력 계열사를 빠른 속도로 정리해 나갈 경우 구조조정 성격의 딜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제시한 공약은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상한을 현행 200%에서 100%로 낮추고, 자회사ㆍ손자회사의 최저지분 보유율을 현행 20%(상장사)와 40%(비상장사)에서 각각 30%, 50%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총 13개 지주회사가 부채비율 100%를 초과하고, 이 중 4곳이 대기업집단 소속회사다.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의 자회사ㆍ손자회사 평균 지분율은 각각 73.7%(상장 44.3%, 비상장 85.7%), 77.3%(상장 50.8%, 비상장 79.1%)였다.

대기업집단 소속 자회사 중 3곳이 현행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기준이 강화되면 자격 미달 자회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자동차,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등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강화된 요건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대형 로펌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대한 검찰 고발을 공정위가 전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은 자체적으로 공정거래 위반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게 돼 기업이 공정위와 검찰로부터 이중감시를 받게 된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여야 후보가 내세운 공정거래 관련 공약 중 대기업을 가장 압박하는 것이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이라며 "검찰까지 수사에 나서면 대기업은 공정거래 관련 대응책을 더욱 강화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담합과 같은 공동행위는 증거 싸움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만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여야 후보 모두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나 불공정행위에 대해 강력한 규제 방침을 내세우고 있어 로펌은 공정거래 분야에서 '스카우트 전쟁'을 벌이고 있다.

빵집 논란과 납품업체에 대한 수수료 인하 문제로 곤욕을 치른 롯데와 신세계그룹 등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이고 사실상 대기업 전체가 공정거래 압박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상생이 이슈로 떠오르며 과거 비주류로 분류됐던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이 스타로 떠올랐다"며 "대기업의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관련 분야는 모든 로펌이 앞으로 더욱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고 전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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