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18년 만에 다시 출시된 근로자 재산형성 저축(재형저축) 영업 '붐'이 일었지만, 보험업계는 재형저축 상품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는 저축성보험을 이미 판매하고 있어 재형저축 상품을 새로 만들어 판매할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들은 지난달 6일부터 이달 19일(저축은행ㆍ상호금융ㆍ자산운용사는 3월말)까지 재형저축 상품을 165만6천좌, 2천641억원어치를 판매했다.

보험회사들은 그러나 아직 한 곳도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하지 않았고, 따라서 판매 실적도 전무하다.

최근 삼성생명이 재형저축보험 판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나마 금융감독원에 상품 출시 관련 신고가 들어오진 않은 상태다.

보험업계가 이처럼 재형저축 상품을 외면하는 이유는 기존 저축성보험이 소비자들에게 재형저축과 유사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축성보험은 재형저축과 달리 가입자격과 가입금액에 제한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10년 이상 납부 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저축성보험을 이미 판매하고 있다"며 "계약 유지 기간이 길고, 중도해지 때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가입자격과 가입금액에 제약이 없어 재형저축과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형저축 상품 일별 판매액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보험사들이 관련 상품 출시를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은행의 재형적금 일별 판매액은 지난달 6일 198억원에서 이달 5일 51억2천만원, 이달 19일 33억7천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손보사 관계자는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현재 시점에서 굳이 재형저축 상품을 만들어 팔 이유가 없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라며 "당분간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 안팎에선 재형저축의 은행 편중 현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금융권역 별로 다양한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며 "금융권역 별 칸막이식 상품 구조보다는 은행과 보험, 펀드 상품의 장점을 혼합한 상품의 출시 등 다양한 구조의 상품이 시장에 선보일 수 있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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