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이민재 기자 = 대기업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사익편취규제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대기업은 SI업체 지분을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총수일가 지분율을 낮추고 있다. 물적분할과 합병 등 다양한 방법도 동원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일감 몰아주기 단골수단으로 활용되는 SI업체의 지분을 정리하라고 요구한 이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을 추진하면서 사익편취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큰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SI업체 중에서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곳도 적지 않아 향후에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오토에버 상장추진…사익편취 논란 해소 목적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SI업체인 현대오토에버는 전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사익편취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추진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현대오토에버의 내부거래 비중은 높다. 지난해 현대오토에버 매출액 1조1천587억원 중에서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1조636억원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91.8%에 달한다.

물론 현대오토에버는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아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사는 20%)가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사익편취 규제에 걸릴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19.46%를 들고 있다. 규제기준인 20%에 살짝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추진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지분율을 낮추려는 것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재벌 총수일가를 향해 "SI업체,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 등 그룹 핵심과 관련이 없는 부문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총수일가는 지분을 매각하거나 계열분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공정위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가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을 추진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사익편취 규제가 강화된다.

실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서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했다. 이들 기업의 자회사(지분율 50% 초과)도 규제대상에 포함했다.

◇ SK·신세계·한화도 SI업체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

다른 대기업의 SI업체도 사익편취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SK그룹의 SI업체인 SK인포섹이 그 예다.

SK인포섹은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SK텔레콤과 주식교환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달 27일 SK텔레콤은 SK인포섹 주주에 SK인포섹 보통주 1주당 SK텔레콤 자기주식 0.099주를 준다. 그렇게 하면 지배구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SK→SK인포섹'에서 '최태원 회장→SK→SK텔레콤→SK인포섹'으로 바뀐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SK인포섹은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SK그룹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배구조가 '최태원 회장→SK→SK인포섹'이면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서는 SK인포섹이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신세계그룹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했다. SI업체 신세계I&C의 내부거래 비중이 76.1%(작년 기준)로 높은 탓이다.

이 때문에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7월 신세계I&C 주식 총 11만4천170주를 매각했다. 매수주체는 이마트다. 총수일가의 신세계I&C 지분율이 6.64%로 낮으나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한화그룹도 지난 5월 31일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라 SI업체인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은 합병했다. 합병법인은 한화시스템이다.

또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지분 11.6%를 재무적투자자(FI)인 스틱컨소시엄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했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SI업체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IPO, 지분 매각, 분할, 합병 등 다양한 방안을 동원하고 있다"며 "LG와 포스코 등의 SI업체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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