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상장지수펀드(ETF) 성장과 함께 인덱스 지수를 산출하는 지수사업자 시장에도 변화가 싹트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의 양강 구도 속에서 핀테크 기업 최초의 지수산출기관이 등장하면서다.

주인공은 딥서치다. 딥서치는 올 6월 핀테크 기업으로는 최초로 지수산출기관에 선정됐다. 이후 한성민 인덱스 파트 팀장을 필두로 'KINDEX 원자력테마딥서치 ETF'를 내놓는 등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성민 팀장은 5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딥서치 빅데이터 엔진 등 핀테크 기술을 금융업에 접목하면 큰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1년여간 지수산출기관으로서의 준비를 한 후 올 6월 원자력 ETF를 시작으로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한은행 펀드매니저로 금융투자업에 몸을 담았다. 당시 불특정금전신탁(비지정)을 운용하는 업무를 하면서 ETF 등에 대한 업력을 쌓았다. 고객의 니즈에 맞는 ETF 상품을 설계하는 등 주식 운용 업무를 담당하며 기본기를 갖춘 것이다.

지수개발자로 방향을 튼 건 딥서치와의 인연 덕분이다. 딥서치는 2018년 2차전지 산업 ETF 업무로 지수산출 사업의 가능성을 읽고 확장에 나섰다.

통상적으로 ETF에 포함되는 종목을 매출 등 시각적 데이터로 추출하던 것과 달리, 매출이 없는 2차전지 기업은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딥서치는 당시 KODEX 2차전지 산업 ETF 종목 산출에 빅데이터 엔진을 활용해 경쟁력을 드러냈다.

이후 딥서치 CFO와의 인연 등으로 빅데이터 기술의 금융시장 확장성을 알게 된 한 팀장은 8년여간 몸담았던 신한은행을 떠나 지난해 5월 인덱스 파트로 자리를 옮겼다.

한 팀장은 "주식시장은 선행지수로, 투자자의 심리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2차전지 산업처럼 매출이 발생하기 전 혹은 산업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테마들이 많을 수 있다"며 "더욱이 국내 상장 종목이 2천여 곳에 달하지만 애널리스트가 커버하는 곳은 300~400개 수준이라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모든 걸 모니터링할 수단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동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딥서치의 지수산출기관 선정이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다. 국내 지수산출 시장은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의 텃밭이었다. 이외 NH투자증권의 'iSelect' 정도가 간간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정도였다. 현재 주요 지수사업자는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 iSelect 그리고 올해 이름을 올린 딥서치 정도에 불과하다.

딥서치는 'KODEX 2차전지산업',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즈',' KBSTAR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 등으로 트랙 레코드는 확보했지만, 한국거래소로부터 사업의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했다.

딥서치 인덱스 개발 사업의 목표는 명확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의 데이터까지 활용해 ETF를 구성할 수 있는 딥서치닷컴을 완성하는 것이다.

한 팀장은 "국내 지수사업자는 해외 종목을 잘 편입하지 않아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 지수사업자를 써야 했다"며 "딥서치는 다양한 해외 기업 데이터를 준비해 관련 인덱스 및 ETF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확대되고 있는 주식 소수점 거래는 한 팀장이 주목하는 기회의 장이다.

그는 "소수점 거래 시 만원 단위로도 수많은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종목 피킹(picking)이 유용할 것"이라며 "자동화로 운용역 혹은 개인을 대상으로 바스켓 매매나 종목 산출 등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가 꼽는 딥서치만의 강점은 속도다. 한 팀장은 "사람이 아닌 엔진이 찾기 때문에 인덱스 지수 및 주식 종목 산출 등을 빠르게 구성할 수 있다"며 "과거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수를 산출했다면 이제는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특정 산업으로 분류되지 않은 곳도 뽑아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다양한 지수사업자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팀장은 "원래 나스닥 지수처럼 하나의 지수를 다양한 운용사가 쓰는 게 이상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각 하우스의 특색을 위해 운용사와 테마 지수가 1 대 1로 매칭되는 형태를 보인다"며 "에프앤가이드 등 다른 지수사업자를 경쟁사로 여기기보단 ETF와 함께 커나가는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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