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빠르게 돌아가던 증권가 투자은행(IB) 시계가 멈췄다.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발 유동성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증권사 신규 투자 등이 사실상 중단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 자금 담당자 등을 만나며 바쁘게 지냈지만, 최근에는 이들을 만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졌다"며 "시장이 어려운 터라 기업들이 더 조달 지원 등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는 데 증권사조차 유동성이 메말라 이를 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IB는 조달이 필요한 기업과 투자가 필요한 시장을 연결해주는 가교 구실을 해왔다. 기업과 꾸준히 접점을 쌓으며 통합 조달 솔루션을 제공했다.

하지만 기업은 물론 증권사조차 현금 쌓기에 나서면서 가장 기본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조차 사업 활동 등에 제약을 받는 모습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물 매입 확약 등을 실행해야 하는 데다 고객들의 자금 이탈 또한 가속화되면서 자금 조달량보다 유출량이 더욱 많은 실정"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부적으로 보수적인 기조가 강화되면서 IB 영업에서도 실탄을 전혀 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과거 증권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성장해왔다. 조달이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면서 이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이어온 곳도 상당하다. 두산그룹이나 대한항공 등은 이런 끈끈한 관계를 통해 녹록지 않은 기업 환경에서도 시장성 조달을 이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최근 시장 불안의 중심에 증권사가 서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 사업의 가장 약한 고리로 꼽혔던 부동산 PF 시장에서 출발한 사태이다 보니 이들조차 존폐마저 위협받고 있다. 기업을 돕기는커녕 구조조정 등을 통한 생존 여부를 고민할 판이니, 증권업계는 금융이 가장 필요할 때 정작 제 역할을 다할 수 없는 환경으로 치닫고 있다.

증권업계에 불어온 칼바람의 여파는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증권사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했는데 이번 사태 등으로 갑자기 집행 시기 등이 모호해졌다"며 "이전까진 강원도 ABCP 사태 등에 대한 관심이 없었지만 이로 인해 금융 리스크를 돌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투자금융부 피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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