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들 시장 환경·건전성 주시하며 고심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증시 환경 악화 등으로 증권사들의 지난해 잠정 실적은 대부분 반 토막 났다. 증권사의 경우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발 유동성 리스크와 건전성 우려 등이 불거졌던 터라 실적 부진 현실화가 신용도 등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미 실적 부진이 예견됐던 데다 올 초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어 관련 업계의 판단은 이전보다 다소 조심스러워진 모습이다. 증권사 전반의 하락이 예상됐던 실적보다는 건전성과 유동성, 시장 환경 등을 주시하면서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실적 반 토막, 순손실 전환키도…신용도 영향은

6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가 지난해 잠정 실적을 속속 발표하는 가운데 대부분 어닝 쇼크를 피하지 못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잠정 영업이익이 8천459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보다 43.1% 감소한 수치다.

이는 시장 전망에 크게 미치지 못한 실적이다. 연합인포맥스 컨센서스 종합(화면번호 8031)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작년 영업이익은 9천3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8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의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 또한 2021년 대비 55% 이상 줄었다. 중소형사 SK증권과 한화투자증권, 한양증권, 다올투자증권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은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관련 민사 항소심에서 일부 패소한 영향으로 당기 순손실 476억 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증권사 실적 저하는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보유 운용자산 손실 규모가 커진 데다 주식거래대금 감소 등으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저하 또한 불가피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화한 강원도 ABCP 사태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둘러싼 불안감도 커졌다. 당시 시장 자금 경색 현상 등으로 증권사를 둘러싼 유동성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실적 저하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터라 증권사 신용등급 변화 가능성 등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미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SK증권(A0)과 케이프투자증권(A-)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꿔 달기도 했다. 이에 올 정기평가 과정에서 추가로 '부정적' 전망을 달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다만 올해 들어 증권업을 둘러싼 분위기가 다시 달라지고 있는 점은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주식과 채권 시장 등 전반적인 금융시장 분위기가 위축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연초부터 급격히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 부실 우려를 높였던 PF 이슈 역시 정부의 각종 완화책 등으로 연착륙 기대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은 분위기가 올 1월에도 이어졌다면 실적 부진 등이 신용등급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회사도 있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만큼 1분기 실적 등을 확인하면서 일시적 반등이었는지 턴어라운드의 기점이 됐는지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업황 변화 등으로 실적 판단을 명확히 하기 어려운 점은 변수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저금리 기조가 불러온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2021년 '역대급' 호황을 경험했다. 이후 곧바로 지난해 업황 부진을 겪었다는 점에서 2022년 부진을 2021년 실적과 단순 비교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전반의 실적 저하가 이미 예견됐던 만큼 이보다는 자산건전성과 유동성 등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도 드러났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증권사 실적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부터 대부분 부진했던 터라 수익성은 회사별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도토리 키재기와 다를 바 없다"며 "건전성과 유동성 등을 주시하고 있는데 잠정 실적만으로는 추정이 어려운 만큼 해당 지표가 드러나야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과할 순 없는 부진, 방향성 반전은 어려워

물론 증권사 호황이 막을 내린 만큼 한동안 신용등급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권사 실적이 급격히 저하한 데다 부동산 PF 부실이 언제 드러날지 모르는 만큼 '긍정적' 전망을 단 곳조차도 등급을 상향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PF 부실이 현실화하거나 증시 환경이 다시 악화할 경우 증권사들의 등급 하향 부담은 다시 고조될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해 말 국내 신용평가사는 금리 급등과 증시 위축으로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크게 저하한 점 등을 지적하며 2023년 증권업 등급 전망을 일제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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