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저평가된 선수 영입으로 메이저리그 20연승의 대기록을 달성하는 성공 스토리. '돈은 곧 성적'이라는 신념을 멋지게 날려버리고, 그 대신 다른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은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최고의 효율을 얻을 수 있던 영화 '머니볼'의 내용이다.

15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서도 머니볼 같은 한 편의 성공 스토리가 등장했다. '리그테이블 성적은 곧 성공'이라며 리그테이블 상위사 중심으로 주관사단을 구성하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역대급 조달 성과를 낸 KDB산업은행의 이야기다.

KDB산업은행은 이날(납입일 기준) 2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발행한다. 지난 8일 아시아와 유럽, 미국을 거쳐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에서 총 67억 달러의 주문을 확보한 결과다. 5년과 10년물에는 각각 164곳, 137곳의 기관이 참여해 뜨거운 인기를 드러냈다.

KDB산업은행의 성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북빌딩 중 한때 150억 달러에 육박했던 풍부한 주문에 힘입어 조달 금리를 대폭 절감했다. 5년과 10년물 가산금리(스프레드)는 각각 동일 만기 미국 국채 금리 대비 60bp, 80bp 더한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이는 기존 KDB산업은행 채권 유통물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더욱 시장을 놀라게 했다. 5년과 10년물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은 각각 -10bp, -5bp 수준이었다. 지난해 각국의 금리 인상 전환 이후 대부분의 한국물 발행사가 20~30bp 수준의 NIP를 지불해야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KDB산업은행의 대흥행 이면에는 주관사단 선정단계부터 새로운 시도가 가득했다. 통상 대부분의 한국물 발행사는 리그테이블 상위사를 중심으로 주관사단을 구성한다. 탄탄한 이력이 있는 하우스를 활용해 안전하게 조달을 마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KDB산업은행은 달랐다. KDB산업은행이 맨데이트를 준 9곳의 하우스 중 연합인포맥스 지난해 공모 한국물 리그테이블 기준 5위권 하우스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JP모건 단 두 곳에 불과했다.

대신 이보다 트랙 레코드는 적지만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 하우스들을 대거 선임했다.

한국물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선 호주뉴질랜드은행(ANZ)과 지난해 각종 딜로 존재감을 빛냈던 MUFG증권, 국내사로서의 한계 극복에 나서고 있는 KB증권, KDB 아시아 등을 선정한 것이다.

꾸준히 딜을 이어가며 중상위권 실적을 유지해온 스탠다드차타드와 소시에테제네랄도 이름을 올렸다.

주관사 규모도 남달랐다. 통장 20억 달러 이상의 딜을 하더라도 주관사는 6~8곳 수준에 그쳤다. 반면 KDB산업은행은 다양한 하우스를 선정해 기회를 고루 준 것은 물론 딜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리그테이블이라는 실적 지표 대신 소신 있는 주관사단 선정으로 새 흐름을 만든 셈이다. 이는 최근 아시아 달러채 발행이 끊긴 환경 속에서 조달 포문을 연 것은 물론 '마이너스 NIP'라는 실리로 이어졌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KDB산업은행은 그동안 한국물 시장에서 흔히 보이던 주관사단과는 상이한 구성으로 대흥행을 달성했다"며 "다양한 하우스의 신선한 시각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폭넓은 기회 제공 등으로 시장 성장에도 기여하고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피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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