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부동산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속하거나 자금을 빌려준 다수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공사 지연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탁사는 은행·증권사 등 대주단의 '무리한 요구'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웠지만, PF 업계는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4일 금융투자협회와 신탁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속하거나 자금을 빌려준 230여 개의 사업장에서 준공 지연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탁사가 관여한 준공지연 사업장 234개 가운데 89개 사업장에선 손해배상책임이나 신탁계정 대여금 회수 지연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 업계는 "89곳은 모두 대체시공사 및 연대보증회사 활용 또는 신탁회사 자체 관리 등 관리가 가능한 범위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신탁 업계는 PF 리스크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과 지난해 출범한 PF 대주단협의체에 여러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증권 등이 참여하는 대주단협의체를 새마을금고 등으로 확대하고 업계에서 대체시공사 POOL을 구성하는 방안 등이다.

또 ▲준공 필수 사업 확보 여부 또는 비율 점검 후 계약 체결 ▲손해배상하는 경우 금액은 신탁 정산 후 확정 ▲착공지연 등 사유의 경우 책준 확약 이행기간 협의 조정 ▲대출금융기관은 대체시공사 선정에 적극 협조 ▲분양가격 조정 시 대출금융기관은 신탁회사와 상호 협의해야 한다는 등의 신탁 업계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대주의 부당한 요구 등을 개선한다는 게 신탁 업계의 의도다. 또 대체시공사에 채무 인수를 요구한다거나 시공사 기업회생 개시에 연체이자를 부과하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PF 업계는 신탁사의 이런 요구에 대해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신탁 업계가 무분별하게 책임준공을 약속하면서 맡은 사업장의 손실을 대주단 측에 떠넘기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 캐피탈사 PF 관계자는 "신탁사의 책임준공은 보통 시공사가 중소형 건설사일 때인데, 신탁사의 약속을 믿고 대주가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 것"이라며 "시공사에 문제가 생기면 대체시공사를 찾아야 하고, 그동안 발생하는 금융비용에 대해서 대주가 책임지라는 요구인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럴 거면 대주단이 애초에 신탁사를 믿고 PF 들어갈 이유가 없지 않냐"며 "정작 대주단 쪽에선 책임을 떠넘길 곳이 없는 것을 알고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피해를 좀 감수하라는 요구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탁사의 무분별한 책임준공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PF 사업에 참여하는 단계에서 신탁사 역시 수주심의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신탁사가 제대로 리스크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사실 신탁사의 무분별한 책임준공은 업계에서도 주시하는 부분이었다"며 "특히 신탁사들은 책임준공과 관련해 사업 시행자로부터 사업 초기에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받는데 이제 와서 태도가 달라지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증권사 PF 관계자는 "PF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대주단에 넘기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남을 챙기기엔 우리도 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대체시공사 풀을 선정하는 방안 등은 대주단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하다"며 "대주단 입장에선 사업장이 문제없이 돌아가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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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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