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레고랜드도 겪었는데요, 위기에도 내성이 있습니다. 학습효과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새로운 위기가 도래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시장이 느끼는 체감은 우려보다 크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의 은행주와 국채 금리가 급락했지만,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주식과 채권의 급락 폭만큼의 공포가 느껴지지 않았다.

15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SVB 파산이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의 전조 증상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가운데 국내 증권가 일각에선 비교적 덤덤한 시선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시장을 뒤흔들었던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위기 대응력이 강화된 여파다.

여전히 진행 중인 당국의 지원책도 불안감을 완화하는 요소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 등에 대해 "작년 10월 이후 회사채 시장 안정화 정책이 지속되고 있으며 40조 원 이상의 지원 여력을 감안할 때 국내 회사채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강원도 ABCP 사태로 도리어 타국 대비 리스크 대응 측면에선 보다 속도감이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A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경우 레고랜드 사태로 이미 시장 안정화 정책을 진행 중인 터라 SVB 사태 등에 대해 비교적 빠른 대응이 가능해 보인다"며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스프레드가 급증하는 걸 확인하면서 조달 시장에도 내성이 생긴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위기 대응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몇 차례에 걸친 행보로 증명되고 있다. 강원도 ABCP 사태 직후 시장 안정화 지원책을 쏟아낸 것은 물론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흥국생명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사태도 발 빠른 대처로 수습했다. 콜옵션을 행사토록 해 산산조각이 났던 채권 가치를 끌어올리자 글로벌 시장에선 정부가 직접 나서 리스크를 줄인 사실에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위기를 겪어보지 못한 세대로 꼽히는 증권가 또한 강원도 ABCP 사태로 변곡점을 맞았다.

B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 증권가 종사자 중 대다수가 큰 위기를 맞닥뜨린 적이 없어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대응력 등에 의구심이 커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역대급 위축을 경험했던 터라 SVB 파산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덤덤한 분위기"라고 밝혔다.

다만 SVB 사태가 금융시장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전조현상에 불과할 수 있는 만큼 긴장감을 늦추진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 업계 관계자는 "SVB 파산 사태가 단기적으로 안정되는 것처럼 보일 순 있지만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긴장을 늦추긴 어렵다"며 "계속해서 모니터링 해야 할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투자금융부 피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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