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운용, 신상품 도전은 계속…SRI로 책임감↑

[※편집자 주 = 금융당국이 침체한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에 나섰습니다. 한때 '국민 재테크'로 부상했던 공모펀드 시장이 오랜 침체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재부흥의 활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연합인포맥스는 공모펀드 키맨을 찾아 시장이 직면한 상황과 대응책, 하우스별 전략 등을 정리했습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필승코리아부터 글로벌우주항공펀드까지. 고숭철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장(CIO, 상무)은 합류 후 '최초'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실현하겠다는 목표 아래 공모펀드 시장의 혁신을 이끄는 모습이다.

그는 NH아문디자산운용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흐름을 주도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2대 주주인 프랑스 아문디와의 협업 등으로 글로벌 흐름에 빠르게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

그는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품 구성의 다양성과 과도한 규제 완화, 강세장 회복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약세장에서도 빛난 안목…소부장부터 우주산업까지

고숭철 상무는 2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주가가 내려갔을 때 주식투자 펀드를 하라고 하면 고객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마이너스 수익률이 반복되는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보니 공모펀드 등을 내세우기 힘들지만, 약세장에도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투자의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승코리아펀드는 이러한 그의 철학이 담긴 대표적인 상품이다. 2019년 한국과 일본 간 무역 갈등으로 코스피 지수 1,900선이 붕괴하는 상황에서도 NH아문디자산운용은 국내 최초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펀드를 내놨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해당 펀드에 가입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고객들이 주가가 내려갈 때 가입한 펀드가 턴어라운드해서 우수한 성적을 냈다는 기억이 많아야 시장 선순환이 되는데 필승코리아가 그런 첫 도전의 펀드였다"며 "소부장의 경우 우리나라 산업 중 경쟁력이 상당해 어려울 때 주가 방어는 물론 경기 회복 시 가장 빨리 반응할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출시했다"고 전했다.

그의 도전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필승코리아펀드에 이어 2020년 국내 최초의 글로벌 기준 ESG 투자펀드인 100년기업그린코리아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유일의 우주항공산업 투자펀드인 글로벌우주항공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나 한국의 누리호 발사 등 우주항공산업은 관심의 대상"이라며 "스페이스X의 재사용 엔진 등으로 비용 절감이 예상되는 데다 우주 산업을 영위 중인 방산 업체들의 주가가 지난해 증시 부진에서도 플러스를 기록했다는 점을 주목했다"고 밝혔다.

ESG는 그가 강조하는 영역 중 하나다. 그는 2019년 ESG 투자 구상을 시작해 꾸준히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SG의 경우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은 만큼 프랑스 아문디의 관련 기법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아문디의 ESG 교육 등으로 선진화된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하반기에는 ESG 투자 프로세스 버전 3.0으로 완성도를 높이기도 했다.

고 상무는 "아문디에서 받은 여러 방법론을 한국 사정에 맞게 내재화해 프로세스를 마련했다"며 "당장은 점수가 낮더라도 ESG 적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임프루버(improver) 기업 등의 모멘텀이 훨씬 크다는 점을 주목해 개선 노력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에 넣으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서치-운용 원팀 강점…신상품-제도 개선 동시 필요

그는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조흥투자신탁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주식 운용 업계에 발을 담갔다. 조흥투자신탁운용 당시 퇴직금 굴리기를 고민하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은 후 고객 중심의 운용 철학에 방점을 두기 시작했다.

그는 "운용사는 벤치마크보다 잘하면 인정받는데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보니 고객의 목표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목표 수익률과 고객의 수익률을 일치시키는 관리 과정이 매니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투자 기업 현장을 강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펀드 매니저 시절부터 웬만한 공단 및 기업 방문은 모두 경험했을 정도로 현장을 중시했다.

고 상무는 "발로 뛰는 투자 원칙과 더불어 리서치와 운용 간 원팀(one team) 전략을 이루는 점 등이 타사와의 차별점"이라며 "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등 모든 멤버가 함께 회사를 대표할 모델 포트폴리오를 짜는 등 리서치와 주식 운용이 따로 놀 수 있다는 한계를 없앴다"고 했다.

그는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 제공 등으로 운용사 또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과 채권형 이외에도 자산 배분 등의 다양한 상품으로 고객의 투자를 알아서 해주는 부분 또한 필요하다"며 "고객들의 투자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도록 투자 전략 및 상품 등의 측면에서 전문가로서의 운용사 역할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그는 "펀드 가입 절차가 복잡한 데다 파생상품 등이 포함된 구조화된 펀드는 시장 대표지수를 기초로 만든 것이라도 새 상품 등록조차 힘든 구조"라며 "주식 변동 폭은 하루 30% 수준이지만 파생상품은 경우에 따라 손실 가능성은 20% 수준인 것도 존재하는 만큼 일괄 고난도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고 밝혔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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