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기 요금 인상할 거면 벌써 했겠죠. 계속 안 하는 거 보니 한전채로 끌고 갈 텐데 시장에서 언제 부담을 느낄지 걱정입니다."
28일 투자금융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크레디트 시장을 강타했던 한국전력공사 채권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올 1월부터 4개월여간 쏟아낸 한전채 물량만 9조5천500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발행된 공사공단채(35억9천787억 원)의 약 26%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전채 발행량 감소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필수적이다. 원료비·전력구매 비용 증가, 전기요금 동결이 맞물리면서 적자 실적 등이 누적되자 채권 발행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꾸준히 주시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2분기 전기요금 향방이 현재까지도 결정되지 않으면서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희미해지는 모습이다.

A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내년 총선까지 전기요금을 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나마 금리 인상 얘기가 사라지면서 유동성의 힘으로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동성이 위축될 경우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가 쏟아낸 채권은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과 맞물려 크레디트 시장 전반에 부담을 줬다. 뒤이어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조달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B 업계 관계자는 "한전채는 이미 물량이 상당하다 보니 보유량이 많아 추가 매입에 나서지 않으려는 기관도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던 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공사채 시장에는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미 한전채 리스크를 확인했지만, 올해도 사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양상이다. 증권업계에서도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한 것을 인지하면서도 정치권에서 시민 부담과 내년 총선 등을 이유로 쉽사리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가늠하고 있다. 전기 요금이 한전채 사태의 원인이었던 만큼 인상이 선행되지 않으면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치 리스크는 지난해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위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약속한 레고랜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부도처리 하면서다. 당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크게 요동친 데 이어 시장 불안이 크레디트물 전반으로 퍼지면서 'AAA' 공기업조차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반년여가 흐른 현재에도 지지부진한 전기요금 인상안 등을 두고 정치 리스크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C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치 문제가 금융시장을 강타하는 경우가 많진 않았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슈가 늘면서 영향력이 커진 모습"이라며 "한전채가 당분간 공사채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기 요금 인상 등에 대한 방향성이 빨리 결정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금융부 피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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