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기자 = 미국 채권시장이 독립을 외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경기 호조와 물가 상승에도 강세장을 지속해, 그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캐롤라인 바움은 19일 마켓워치 오피니언란을 통해, 높은 경제 성장률, 물가 상승세, 재정적자 확대, 기준금리 인상 기조 등 모든 것이 미 채권시장의 약세 방향을 가리키지만, 이전과 달러 미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인다며 이는 다섯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 미 중앙은행 믿었다 낭패 본 경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기금(FF) 금리 인상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금리 선물시장을 선도해왔지만, 시장은 2015년과 2016년에 낭패를 봤다.

연준이 앞서 기준금리 인상을 낙관했지만, 실제로는 두 해 모두 연말에 한 차례 밖에는 금리가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연준의 점도표는 올해 두 차례, 내년 세 차례, 2020년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연준 위원들의 FF 금리 전망치 중앙값은 2019년 3.1%(3~3.25%), 2020년 3.4%다. 이는 둘 다 연준이 장기 중립 금리로 여기는 2.9% 수준보다 높다.

앞으로 열쇠는 채권시장이 쥐고 있다.

장기 채권 수익률이 올라서 연준이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면 FF 금리는 결국 장기 국채수익률을 뚫고 오를 수밖에 없다. 이는 기간 스프레드를 역전하게 하고, 중앙은행의 시나리오를 잘 못되게 할 것이다.



◇ 안전자산 수요 증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미 국채는 신용 위험이 적은 데다 예정된 날짜에 원리금 지급에 문제가 없어야 하는 안전자산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14년 규정이 제정되면서 은행들은 30일 동안의 스트레스 기간에 예상되는 순 현금유출을 대비하기 위해 높은 신용도와 유동성이 좋은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의무가 됐다.

미 국채는 이런 커버리지 비율을 맞추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가장 유동성 좋은 자산이다.



◇ 연준의 충분한 경고 효과

2008~2014년 사이 여러 차례의 양적 완화(QE) 후에 공공기관이 보유한 연방 부채 중 연준의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7%에서 22%까지 올랐다. 일부 분석가는 연준이 장기물을 위주로 자산을 담은 것이 수익률 곡선 왜곡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3년 6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자산 매입 속도를 늦춘다는 암시를 하자,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몇 주 만에 50bp가량, 연말에 또 50bp 뛰어오르는 '테이퍼 텐트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연준은 시장에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미 국채와 주택 담보부대출증권(MBS)을 2017년 10월부터 자연 해소하기 시작하겠다는 충분한 경고를 여러차례 했다.

이 결과, 현재 발작(텐트럼)도 매도세도 없다.



◇ 부풀려진 물가 상승률

지난주 미국 통계청은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9% 올랐다고 발표했다. 6년 만에 최대폭이다.

또 근원 소비자물가도 2.3% 상승했고,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5월에 2.3% 올랐다. 근원 PCE 가격지수도 6년 만에 2%에 도달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에 큰 파장은 없었다. 이는 기저효과 탓이다. 전년에 비정상적으로 너무 낮은 수치 때문에 전년 대비 물가 상승 폭이 부풀려진 것이다. 연준에 따르면 '특이한 변수'의 결과다.

이 요인을 제거하면 전년 대비 물가 상승 폭은 덜 위협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연준은 물가 2% 목표가 대칭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 확장 후반기

미 경제는 지금 가장 좋은 시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반기 의회 증언에서 고용성장률과 기업 투자가 좋고, 물가는 마침내 연준 목표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경기 확장기는 연준이 부양책을 제거하고, 잠재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10년 차로 접어들었다. 이는 정책 실수 여지가 커지는 시점이라는 의미다.

연준이 소식을 듣기 전에 누가 위험을 감지하는가. 그것은 시장이다.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