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커브 스티프닝에 베팅하는 포지션이 계속해 쌓이면서 경계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거래가 많지 않은 가운데 수급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향후 포지션 변화로 인한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채권시장 내 스티프닝 포지션에 베팅한 움직임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그 사이 국고채 3년과 10년 스프레드가 70bp 가까이 연고점에 근접했고, 국고 5년과 30년물 스프레드는 월초(38.9bp) 대비해 46.7bp로 급등했다.

국고 30년물 20-2호 대차 물량은 9거래일 연속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달 30년물 입찰이 끝난 뒤 지난 3일 대차 잔고는 2조1천102억 원으로 잠시 줄어들었다가, 다시 전일까지 2조4천626억 원으로 3천500억 원가량 늘었다.

외국인도 롤오버 전부터 10년 국채선물을 집중적으로 매도하면서 스티프닝 방향으로 매매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8천990계약 누적순매수했지만, 10년 선물에서는 1만8천387계약 누적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처럼 스티프닝 포지션이 한동안 누적되면서 향후 커브 전망에 대한 변화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시장이 커브 플래트닝 재료가 나왔을 때 예상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국고 10년물 금리의 경우 내년 국고채 발행 비중 조정에 따른 호재에도 좀처럼 강해지지 못한 점이 뒤늦게 반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연말에다가 내년도 공급 우려를 자극하는 이슈가 나오면서 불 스티프닝과 스티프닝 포지션이 다수인 상황"이라며 "금통위 의사록에 등장한 자산 매입과 같은 멘트가 시장에 얼마나 반영되는지에 따라 언와인딩 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일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내년도 채권 발행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장기금리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자산 매입 확대를 검토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국내에는 내일 새벽에 공개되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도 커브에 영향을 줄 만한 이벤트로 꼽혔다.

15일(현지 시각)부터 16일까지 진행되는 회의에서 장기물 매입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채권 만기 연장이 이뤄지면 장기금리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지난 11월 FOMC 회의에서 추가 재정 부양책 필요를 강조했지만, 연준이 장기채 매입을 시사하면 장기 금리를 눌러줄 것"이라며 "시장 기대는 엇갈리지만 FOMC를 소화한 이후에 금리가 더 오를 만한 여지는 작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연준이 얼마나 완화 의지를 보여주는지에 따라 장기금리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외국계 IB를 중심으로 내년에 10년물 금리가 1.2~1.5%까지 상단을 열어두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미 10년물 금리가 1% 아래에서 유지되고 있어 연준이 먼저 장기물 매입 확대를 얘기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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