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올해 은행권의 양도성 예금증서(CD) 발행이 대규모 순상환을 기록하면서 그 규모가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은행권을 향한 한시적으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이 시행되면서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28일 연합인포맥스 CD 통계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에 은행권 CD 순발행은 마이너스(-) 5조9천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남은 연말까지 추가적인 CD 발행이 없는 경우를 전제로 한 전망치다.

작년에는 CD 순발행 규모가 6조340억 원을 기록한 것과 눈에 띄게 대조적이다.

연도별 CD 발행은 재작년에도 4조9천300억 원 순발행을 나타냈고, 지난 2017년(-1조909억 원) 이후 3년 만에 순상환 흐름이 예상된다.

올해 중으로 CD 발행이 급감한 데는 금융당국이 한시적으로 시행한 규제 완화 및 재연장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은행 예대율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완화 등을 담은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발표했다. 규제 완화는 내년 3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금융회사의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코로나19 피해로 어려움에 처한 가계와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여력을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규제를 충족하기 위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작아진 만큼 CD 발행량은 순상환 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특히 대형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CD 순상환 기조가 뚜렷했다.

올해 전 거래일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의 순발행액은 총 -6조3천1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이 중에서 우리은행만이 2천900억 원 순발행했다.

신한은행은 2조5천300억 원 순상환하면서 CD 잔액은 2천700억 원으로 급감했고, 하나은행은 2조3천800억 원 순상환해 잔액이 제로(0)를 기록했다.

반면 지방은행은 대체로 순발행 흐름을 이어갔다.

전 거래일까지 올해 5개 지방은행(경남, 광주, 대구, 부산, 전북)은 모두 순발행을 나타냈다. 총 순발행 규모는 1조3천500억 원이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당국에서 LCR 규제 비율을 완화하면서 CD 발행 필요성이 많이 줄었다"며 "대형 시중은행은 LCR 비율을 100%에서 15%가량 낮춰주면 그 영향이 수조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연구원은 "작년부터 올해 예대율 강화를 대비해 CD 발행이 늘었다"며 "코로나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서 예수금으로 인정되는 CD 발행을 늘려 분모를 확대할 유인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예금담보 CP를 통한 조달도 CD 발행 수요를 줄인 요인으로 꼽혔다.

예담CP는 올해 꾸준히 순상환 흐름을 보이다가, 지난 9월부터 순발행으로 전환했다. 지난 9월 이후에 예담CP는 14조1천561억 원 순발행을 기록했다.

내년에도 금융규제 운영 여부는 CD 발행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변종 바이러스 가능성 등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규제 정상화 시점이나 속도가 늦어질 경우에는 CD 발행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내년도 CD 발행은) 규제 관련 결정에 달려있다"며 "조심스럽지만,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바로 규제를 원상복구 할 때 부작용이 우려된다. 금융 규제 전반에서도 완화를 연장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운용역은 "내년 4월 정상화 스케줄에서 LCR 규제 비율을 한 번에 올릴지 혹은 순차적으로 변경할지에 따라 CD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장이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초에는 규제 원복을 대비한 CD 발행 수요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현재 은행권 예대율과 LCR 비율을 보면 내년 초에는 예담CP와 CD를 찍을 것"이라며 "CD 수요 역시 강하다"고 말했다.



<최근 6년간 은행권 연도별 CD 순발행 추이>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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