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진옥동 모두 '경징계'…지주 기관제재 경감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피했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금융지주 중에서 금감원의 첫 심판대에 오른 신한지주 역시 징계 수위가 낮아지면서 신사업 길이 열리게 됐다.

◇ 제재심서 은행장 징계 잇단 경감…"브랜드·영업상 차질 안돼"

금융감독원은 23일 새벽까지 이어진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에서 당초 문책 경고를 통보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에 대한 징계를 주의적 경고로 한 단계 경감했다. 중징계에서 경징계로의 이동이다.

진 행장에 대한 경감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당시 우리은행장)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최근 제재심에 섰던 행장 모두 사전통보된 수위보다 한 단계 낮은 징계가 확정됐다.

사모펀드 환매가 중단되자 은행 스스로 피해자 구제책을 마련한 게 주효했다. 최근에는 금감원이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미정산펀드에 대해 제안한 조정안을 즉시 수락하며 소비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그간 금감원은 라임 사태만큼은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이 필요하다며, 증권사에 이어 은행 CEO에게 문책 경고, 직무 정지와 같은 초강수 징계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시장 감독에 책임이 있는 금감원이 CEO 중징계로 면피를 한다며 여론이 악화했다. 윤석헌 원장 취임 이후 CEO 징계가 부쩍 늘어 금융권의 지배구조를 흔든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CEO 중징계에 적잖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은행장 개인에 대한 징계를 놓고 온도 차가 존재했다. 행장에 대한 제재가 은행의 영업에 지장에 줘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만 은행에 대한 기관제재는 중징계 톤이 유지됐다. 신한은행은 기관제재가 확정되는 순간부터 3개월간 신규 사모펀드 판매 영업을 할 수 없다. 불완전판매 사례 규모에 따라 책정되는 과태료도 조만간 열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을 기반으로 내부통제 책임을 행장에게 물었지만, 무조건 중징계를 처분할 순 없는 노릇"이라며 "은행별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진행됐다. 국내외 시장에서 성실하게 영업하는 행장도 많은데 시그널을 위한 제재가 차질을 줘선 안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 금융지주 자회사 내부통제 범위 논란…형평성도 고려

이날 제재심에선 신한지주의 내부통제 책임을 놓고 위원 간 마라톤 회의가 이어졌다. 진 행장 등 CEO들이 전일 10시 넘은 시간까지 대기하다 제재심 현장을 떠났지만, 징계 결과는 이튿날 1시가 넘어 나왔다.

판매사인 신한은행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간단했다. 우리은행 등 전례가 있는 데다 불완전판매 케이스 등 물리적 판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한지주는 달랐다. 개별사 기준으로 라임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우리은행(3천577억원)이지만 신한금융투자(3천248억원)와 신한은행(2천769억원)이 그 뒤를 이어 신한금융은 그룹 기준 라임펀드 판매 규모가 가장 컸다.

은행과 금투가 함께하는 복합점포가 많아서다. 금감원은 복합점포 운영의 관리 책임이 지주에 있다고 봤다. 신한지주가 그룹의 자산관리(WM) 사업 부문을 매트릭스 체제로 두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자회사의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신한지주에 기관 주의와 과태료를 처분하기로 했다.

국내 금융지주체제에서 지주는 사업을 하지 않는 순수 지주에 가깝다. 즉 다른 회사에 대한 관리나 부수 업무 이외에 자체적인 영리 업무를 해선 안 된다. 이는 자회사에 대한 내부통제 의무를 명시한 지배구조법과는 다소 배치되는 부분이다. 당초 신한지주에 대해 기관경고를 사전 통보했던 금감원이 이를 한 단계 경감한 것도 이같이 다양한 법상 해석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형평성의 문제도 있었다. 신한지주에 대한 중징계를 강행했다면 KB증권, NH투자증권, 하나은행 등도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로 제재심에 섰던 만큼 K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까지 같은 논리로 자회사 내부통제 책임 위반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매사의 책임이슈가 지주로 연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앞으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할 내용이 많았다"며 "지배구조법에 기반했지만, 영업을 영위하지 않는 지주의 성격과 다른 금융지주와의 형평성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신한지주에 대한 기관 제재가 경징계로 경감되자 조용병 회장도 주의적 경고에서 주의로 징계 수위가 한 단계 낮아졌다. 주의는 개인 제재 중 수위가 가장 낮다.

올해 그룹의 통합 생명보험사인 신한라이프 출범을 시작으로 인수합병(M&A) 등 각종 신사업을 준비 중인 신한지주는 큰 시름을 덜게 됐다. 통상 기관경고는 중징계로 분류돼 최소 1년간 신사업에 제한을 받는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아직 자회사를 포함해 제재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조심스럽다"며 "소비자 보호에 더 앞장설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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