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높은 자본 적정성을 자랑하는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올해 첫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그룹 내 비은행 부분 기여도가 경쟁 금융지주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이들의 성장을 위한 자본확대 전략을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내달 3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을 한다.

이번 모집 규모는 1천500억원 정도다. 하나금융은 시장 수요에 따라 최대 4천억 원까지 발행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당초 하나금융은 1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2천700억원 규모의 발행을 예고했다. 다만 최근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공급물량이 많은데다 발행을 위한 시장 여건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우선 일부만 먼저 발행하기로 했다.

이번 발행물량에는 5년 콜옵션 조건이 붙는다. 최근 시장금리 추세를 고려하면 연 2.8~3.3% 수준에서 발행이 이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은 규모가 확정되는 대로 내달 13일께 발행에 나설 방침이다.

사실 하나금융의 자본 적정성은 국내 금융지주 중 최고 수준이다. 올해부터 바젤Ⅲ를 도입하면서 보통주자본비율이 14.07%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8bp나 개선됐다. 리딩 금융을 자처하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도 13%대임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장점이다. 기본자본비율과 BIS비율도 각각 15.16%와 16.36%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하나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바젤Ⅲ 도입 전임에도 줄곧 12%대를 유지했다.

높은 자본 적정성은 자회사 실탄 확충으로 이어졌다.

최근 하나금융은 하나금융투자에 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미 4조4천억원 수준의 자기자본으로 대형 투자은행(IB)의 면모를 갖춘 금투 자회사에 대한 추가 자본 투입에 시장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업계 '톱티어'로 하나금융투자를 육성하겠다고 시장을 설득했다.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 중 손꼽히는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에셋·삼성·한국 등 초대형 IB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뜻이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는 오는 6월 말 기준으로 하나금융투자는 5조원 대 자기자본을 갖게 된다. 이를 활용해 국내외 대형딜 수주, 글로벌 익스포저 확대, 디지털 투자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에도 500억원의 자본을 더하기로 했다. 뉴딜 프로젝트 등 그룹 차원의 투자에 함께할 수 있도록 자본 여력을 확충해주기 위해서다.

하나금융은 최근 4년 사이 비은행 부문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당시 21%에 불과했던 이들의 기여도는 지난해 40%까지 늘었다. 다만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비은행 기여도가 50%에 육박하는 만큼 하나금융은 비은행 부문의 성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안선종 하나금융 전략담당 상무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자본을 투하한 증권과 캐피탈은 경쟁그룹 대비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카드와 보험은 아직 격차를 보인다"며 "경쟁그룹들이 대형 보험사 인수를 통해 외형확장 중심 전략을 추진한 만큼 하나금융도 금융시장 변화를 주시하며 그간 축적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너지 관점에서 기업 가치 제고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선제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시장에서 뛰어들었던 금융지주들과 달리 하나금융의 발행은 뜸했다. 굳이 발행에 나설 유인이 없어서였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9개월 만의 일이다. 당시에도 3천500억원만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두 배 넘는 수요가 몰리며 5천억원이 발행됐다. 올해 들어 처음 등장하는 하나금융 신종자본증권에 시장의 관심도 크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 추세라 발행 상황이 예전만큼 녹록진 않지만 하나금융이 워낙 오랜만에 발행하는 데다 수요예측 규모가 크지 않아 꽤 관심이 몰릴 것"이라며 "오버부킹으로 발행 규모는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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