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전 은행권 대상 스트레스테스트 실시
금융당국 "금융시장 불확실성 여전…손실흡수능력 담보가 우선"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본정책과 관련한 금융사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배당 규모를 얼마로 해야할 것인지를 두고 금융지주들의 셈법도 복잡해 지고 있다.

그간 금융지주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배당성향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을 고려해 '부실 방파제'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 25% 수준으로 묶어두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로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유력시 되는 데다, 감독당국 수장이 '개입 최소화' 원칙을 수 차례 강조하면서 금융지주들 또한 올해를 배당 확대의 적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부 금융지주의 경우 실제로 배당성향을 30%로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내부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금감원이 최근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자본비율이 산출되면 이를 바탕으로 금융지주들 또한 배당계획 구체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초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향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을 반영해 내부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할 것을 주문하면서 산출된 결과를 이달 말까지 보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한 측면이 있는 만큼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을 보려는 차원에서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며 "절대적 지표는 아니지만 결과로 도출된 자본비율 등을 통해 은행권의 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스트레스테스트란 예외적이지만 발생 가능한 사건에 대해 금융권의 잠재적 취약성 및 대응여력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된 리스크 관리기법이다.

일반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이 금융위기 등의 예외적 상황을 반영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 전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과 손실흡수능력을 점검하려는 차원이다.

심각도를 일반과 악화, 심각 등으로 나눠 시나리오별 자본비율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특히, 금감원은 역사적·가상적 시나리오에 더해 새로운 위험 가능성을 포함한 미래지향적 시나리오도 포함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의 경우 이자수익 극대화에 힘입어 최대실적을 갱신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최근의 자금시장 경색 국면에서 '유동성 공급자'로서의 역할이 커지면서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의 지표에서는 고전하는 것은 물론, 채권평가손실과 위험가중자산 확대 등의 여파로 핵심 건전성 지표인 BIS비율 또한 하락세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4.84%로, 3개월 전과 견줬을 때 0.46%포인트(p) 악화했다.

최근 회사채 및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경색으로 기업들의 은행대출 규모도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은행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은행권의 기업대출 규모는 한 달 만에 10조5천억원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당분간은 이자수익이 늘어난 대출 등의 부실 리스크를 상회하는 상황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큰 내년 상반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선 이번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향후 금융지주들의 배당 확대를 위한 일종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도출된 자본비율 결과가 은행권은 물론 감독당국의 배당 관련 스탠스를 도출하는 논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복현 금감원장 또한 배당 확대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잠재적 위험을 감안한 '손실흡수능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역대 최대실적이 예상되는 데다 금감원장의 최근 발언 등을 고려하면 배당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한 것은 맞다"며 "연간 실적 집계와 손실흡수능력 산출 등을 고려하면 1월 중순 이후에나 배당계획과 관련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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