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가계부채 문제 관련 저명한 석학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 섬뜩한 경고를 내놨다.

최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의 증가 폭이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 부채 증가와 맞먹고,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증가 속도는 위기 직전 글로벌 상황보다 더 급격하다는 지적이다.

부채 부담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소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미르 수피 시카고 대학 교수는 최근 전미경제학회(NBER)에 기고한 '한국과 중국의 주택, 가계부채, 그리고 경기사이클'이란 제하의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수피 교수는 부채를 통한 부동산 버블의 위험성을 지적한 유명 저서 '빚으로 지은 집'의 공동 저자다. 해당 책은 박기영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수피 교수는 논문에서 우리나라 주택시장 붐이 시작된 지난 2015년부터 2021년까지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 폭이 약 23%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비슷한 증가 폭을 기록했다.
 

한·중 GDP대비 가계부채비율 증가와 금융위기전 주요국 비교
NBER

 


수피 교수는 해당 비율 증가 폭은 금융위기 발발 이전인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 속도와 유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기간은 무분별한 대출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버블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결말은 부실 부동산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했던 각종 파생상품의 연쇄 손실로 인한 금융기관의 광범위한 파산과 경기침체였다.

한국과 중국의 2015~2021년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 폭은 다른 나라를 압도하기도 했다. 프랑스 등 부채 비율이 큰 폭 높아진 국가 대비 두 배 이상이었다. 세계 평균 GDP 대비 부채 비율 증가율은 10%에도 훨씬 못 미쳤다.

수피 교수는 "한국과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국가보다 훨씬 큰 폭으로 부채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부채 규모의 증가와 함께 금리 인상도 시작되면서 가계의 DSR도 다른 나라에 비해 독보적으로 높아지면서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수피 교수는 짚었다.

지난 2022년 3분기말 기준 우리나라의 DSR은 14%로 2020년에 비해 1.2%포인트 올랐다.

수피 교수는 2001년에서 2007년까지의 가계부채 대증가 시기에 글로벌 평균 2년간 DSR 상승 폭은 0.8%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직전 글로벌 DSR 상승 속도보다 우리나라가 월등하게 빠른 셈이다.

 

 

 

 

금융위기시와 최근 한국의 DSR 증가폭(좌측) 및 DSR 변동 추이
NBER

 


수피 교수는 "한국의 DSR은 과거 부채 급증 시기에 비해 갑작스럽고 큰 폭으로 상승했다"면서 "현재 한국의 DSR은 전 세계에서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고 우려했다.

수피 교수는 가계부채 급증 이후에는 민간소비 위축 등으로 어김없이 경기가 침체했다면서, 과거 사례에 기반한 단순 모형 예측상으로 한국 경제의 2023년~2025년 연평균 성장률은 0.8%에 그치는 것으로 계산된다고 제시했다.

수피 교수는 다만 과거 주요국의 사례와 달리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낮은 점, 우리나라와 중국의 대외수지가 견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경기 악영향이 나타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다만 과도한 부채에 따른 소비의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피 교수는 "한국과 중국 모두 소비 지출이 상당히 악화할 수 있다"면서 "특히 DSR이 크게 상승해 현재 매우 높은 수준에 있는 한국에서 두드러진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 시기에 DSR이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은 과거 데이터에서 확인된 바 있으며, 한국도 이런 패턴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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