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강점 살려 RFI 도입…"원화 수요 풍부해"

"국내 대기업 무역금융 플랫폼 공급이 최종 목표"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우리나라보다 여건이 안 좋은 국가들과 선진국에서 외환(FX)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마켓(시장)의 성장 사이클이 보인다. 아기가 커서 성장하듯이 은행과 산업, 국가는 발전한다"

모두가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외환시장의 구조 개선을 준비하기 위해 과거와 미래를 살피면서 청사진을 그리는 하우스가 있다.

오랜 시간 빗장을 걸던 외환시장은 국제화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걸음마를 시작했다. 국내 은행들도 국제화 흐름에 올라탈 때 성장 기회를 잡는다.

앞서 진출한 인도와 베트남을 징검다리로 활용해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원화 시장에서 경쟁을 준비하겠다는 차별화된 전략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희진 신한은행 S&T센터 센터장

김희진 신한은행 S&T센터 센터장은 27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경제는 고성장 시대를 지나왔다. 국내 시장 참가자들로 운영되는 시장은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그 위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 참가자들 중심의 시장 진입 허들을 낮추고 이미 글로벌화된 우리 기업들의 위상에 걸맞은 시장 커버리지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외환시장은 하반기 구조 개선을 정식 시행한다. 해외 소재 금융기관(RFI)도 직접 시장에 참가하고, 개장 시간은 새벽 2시까지 대폭 연장한다.

김 센터장은 시장 개방을 계기로 글로벌 원화 수요가 외환시장에 유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역외 NDF 시장에서 원화에 대한 스펙(Speculative Trading·투기거래)을 제외한 잠재적 수요가 풍부하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 센터장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을 수출입에 의존하는 나라"라며 "FX 거래 근간은 수출입이기에 원화는 NDF 거래량에서 선두를 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참가자들이 원하는 거래 효율화와 우리 자본시장의 경쟁력 유지라는 두 가지 미션 사이에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결국 역내 시장을 통한 거래비용 절감이라는 장점은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 타이밍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신한은행은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제도를 기존 해외 사업에 FX 비즈니스를 더하는 사업 확장 기회로 보고 있다.

김 센터장은 '현지화' 전략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현재 인도와 베트남 등 신흥 시장에서 GTC(Global trading center)의 성공 경험을 RFI 운영에 접목한다.

단순하게 국내 은행의 RFI가 야간시간 대응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원화 수요에 밀착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김 센터장은 "인도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현지 GTC는 지상사 영업의 노하우와 경험이 풍부하다"며 "국내 주재원보다 로컬 RM(relation manager) 인력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GTC가 커버하지 못한 외환 거래가 RFI를 통해 가능해지면 현지화 전략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글로벌 부문에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해외 법인의 순이익이 유일하게 4천억 원대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희진 신한은행 S&T센터 센터장

외환시장이 개방되면 주요 IB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김 센터장은 과거에 무역금융(Transaction banking)을 개척한 경험을 살려 경쟁 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GTB(Global Transaction Banking) 랩장을 맡아 수출입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국내 은행권은 자산 성장과 건전성 개선에 힘입어 주요 IB들의 주요 수익 기반이 되는 무역금융 업무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시기였다.

김 센터장은 딜링룸 일선에서 잠시 떨어져 비즈니스 시야를 넓힐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지금은 글로벌 IB들과 경쟁 기반을 준비하는 밑거름이 됐다.

김 센터장은 "외국계 은행들은 신흥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기초가 모두 수출입 금융"이라며 "높은 신용도와 자산 건전성을 바탕으로 달러 및 주요 기축통화를 조달하고, 해외 개발도상국 내 현지 영업 및 자산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권 신용 등급이 주요 IB들 못지않다"라며 "해외채를 발행하면 조달금리가 낮아 가격 측면에서 여력은 충분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진 점도 여유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국내 반도체와 완성차 업계가 글로벌 다국적기업(MNC) 못지않게 성장한 상황에서 은행들도 체급을 그것에 맞게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원화 시장에서만큼은 반전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센터장은 "우리는 원화 거래가 메인이나, 해외 IB는 원화가 주요국 통화 7개 내지 10개 중 하나"라며 "알고리즘이나 기계적인 노하우는 밀릴지 모르나, 시장에 대한 견해와 경험, 집중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 시장이 성공적으로 개방되고, 은행이 무역금융 플랫폼을 공급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싶다"며 "국내 유수 반도체 기업과 완성차 기업이 굳이 외국계 은행 플랫폼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원자재 선물 트레이딩부터 채권 영업 등 탄탄한 시장 경험을 쌓고 신한은행에 지난 2005년 입행했다. 리스크 관리부터 무역금융, 대기업 FX 세일즈 등 역량을 인정받아 올해 1월 S&T(Solution and Trading) 센터장으로 부임했다.

김 센터장은 S&T를 이끄는 첫 여성 센터장이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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