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 '이사의 충실의무(제382조의3)' 조항에 대한 개정과 관련해 "선진국에선 너무 당연한 것"이라며 거듭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14일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상법 개정 이슈 관련 브리핑에서 "7월까지 논의를 거쳐 하반기에 정부 입장을 정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정부는 상법상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재계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이 원장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해야 한다"면서 "자본시장 선진화, 밸류업 추구하는 입장에서 (상법 개정을)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사회 주주의 충실 의무는 주요 선진국에서 너무 당연히 여겨지는 것"이라며 "일부 논객들 사이에서만 이야기되는 게 유감스러우며, 논쟁하고 싶으면 공개토론이라도 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장 입장에선 주주로 이사 충실 의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다"면서도 "정부와 당국 방향이 아직 최종적으로 정해진 바 없으며, 현재 논의과정을 거쳐서 하반기에 정부 입장을 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따라 경영진 대상 소송이 남발될 수 있는 만큼 경영진 면책 요건을 추가와 배임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배임죄 유지와 폐지 중 고르라고 하면 현행 유지보다 폐지가 낫다"면서 "배임죄 폐지가 어렵다면 구성요건에 사적 요건 추구 등을 명시해 정말 나쁜 짓을 할 때만 적용하는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경영 판단을 한 경우 민·형사적으로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경영 판단 원칙'을 제도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영 판단 원칙은 이사가 의무를 다해 경영상 결정을 내렸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사의 결정이 최선의 결과에 도달해도 이해관계 상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주주권 행사 보장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누는 과실을 나누도록 절차를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영 판단 원칙 도입은 선언적이 아니라 이사회가 절차를 통해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는 정당화 측면이 있고, 당연히 형사처벌 위험에서 경영진을 빼줘야 한다"면서 "배임죄를 건들기 쉽지 않다면 배임죄 범위를 줄이는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경영판단 원칙 도입 후 정상적 경영판단을 이유로 지배구조 책임에서 빠져나간다는 지적'에 대해선, "선언적으로 경영판단 원칙을 지켰을 경우 책임에서 배제된다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가 내용적 측면에서 지켜야 할 기준을 명확히 했는지 여부를 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이해관계는 균형있게 검토됐는지 여부를 보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그 과정에서 일부 이해관계자 이익이 소홀해졌을 경우 다른 개런티를 주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이 경영판단 원칙 내용으로 구성된다면 이사회가 최선을 다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고, "최선을 다한 정상적 경영판단은 민·형사상 책임은 면해줘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또 모든 경영활동에 주주 충실 의무를 적용하면 정상 경영활동이 불가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는 "통상적인 손익거래는 판단하기 쉽기 때문에 경영판단의 복잡한 원칙까지 갈 필요가 없다"며 "경영판단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굉장히 한정적인 상황으로,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그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원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이사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며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임원들을 기소했던 과거 검사시절과 입장이 달라진 것이냐'는 질문에는, "생각이 바뀐 것은 전혀 없다"며 "오히려 전·현직 검사를 통틀어 배임죄 기소를 제일 많이 해본 사람 중 하나로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니 제가 (상법 개정을 주장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상법 개정 관련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4.6.14 noww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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