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끝나도록 농협금융·농협은행만 정기검사 진행

금융사고 1년 넘도록 제재 통보도 못해…징계처분 쌓여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은행권에서 횡령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올 초 계획했던 정기·수시검사 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은행을 상대로 한 현장검사가 진행되면서 정작 정기검사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해졌을 뿐 아니라, 금융사고가 대형화하고 수법도 교묘해지면서 제재 등 사고 처리도 밀리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은행(금융지주 포함)을 대상으로 7회 정기검사를 계획했지만, 상반기까지 진행한 검사는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을 상대로 한 것 뿐이었다.

지난달부터 이달 28일까지 6주간 진행되는 검사에서 금감원은 내부통제 문제와 지배구조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금감원은 지난 2월 농협은행에서 벌어진 100억원대 배임 사고와 관련 현장검사를 진행한 데 이어 예정된 정기검사까지 사실상 상반기 내내 범농협 검사에만 매달려왔다.

이 와중에 지난달 수십억원대의 공문서 위조 등 사고가 드러나면서 검사 강도를 높였다.

금감원은 당초 올 상반기 중 농협과 함께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 정기검사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하반기로 미뤘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은행 5곳에 대한 현장검사가 지연됐고, 최근 우리은행에서 100억원대 횡령사고가 또 터지면서 검사 인력이 분산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2일부터 우리은행 긴급 검사에 착수한 가운데 검사 인력을 추가로 늘리고 은행 담당 부원장보가 검사 현장을 이례적으로 방문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 검사 기간을 추가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 내달 중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서 "여름 검사 휴지기 등을 감안하면 부산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는 8월에나 가능할 것 같은데 이 역시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 예정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는 올 연말에 가까워서나 가능할 전망이다.

국민은행에서도 올해만 100억원이상 대출 관련 배임사고만 3건이 적발되는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계속 드러나는 만큼 검사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앞당겨 실시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단 입장이다.

금감원은 2022년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700억원대 횡령 사고 이후 은행권에서 수백억원대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는 데 대응하기 위해 중대 긴급현안이 필요한 시기에 인력을 집중 투입할 수 있도록 검사계획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은행검사 1~3국 인력을 통합 운영하기로 했고, 한 금융지주·은행 검사가 끝나야만 다른 은행 검사가 가능해 사실상 동시 정기검사가 불가능해졌다.

금융사고와 이에 대한 수시검사가 많아진 만큼 제재 건수도 쌓여만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발생한 3천억원대 경남은행 횡령 사고와 관련, 그 해 9월 현장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으나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제재 사전통지서조차 발송하지 못한 상태다.

은행 측 소명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징계가 확정되려면 최소 9~10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워낙 사고 금액도 크고 경찰 수사 등과 함께 진행되면서 금감원에서도 정황 파악이나 위험관리의 적절성, 징계 수위 결정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면서 "검사 일정 등이 계속 달라지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100억 횡령' 우리은행 검사 확대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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