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발표서 추가 주주환원 정책 내놓을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기자 = 국내 금융지주들이 이달 말 2분기 실적발표에서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내놓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정책 바람을 타고 금융지주들이 그간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높아진 상태다.

시장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규모보다 주주에게 얼마를, 어떻게 돌려주는가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KB금융, 최초 주주환원율 40% 넘어서나 '관심'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3일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6일 신한·우리·하나·NH농협금융지주 등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KB금융은 이번 실적발표에서 주주환원 계획을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다.

KB금융은 통상 2월과 7월 매년 두 차례 자사주 매입과 소각 정책을 발표해왔다.

지난 2월 발표한 3천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더해 연간 7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정책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의 1분기 CET1 비율은 13.42%로 금융지주사 중 가장 높다.

높은 자본비율을 바탕으로 연 7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할 경우 금융지주사 처음으로 총주주환원율이 4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1분기 1천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한데 이어 올 3분기 안에 신탁계약방식을 통해 3천억원을 추가로 취득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여기에다 올 4분기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고 있다.

자본비율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규모를 결정한다는 계획인데,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이 지난해(5천억원) 수준을 뛰어넘는 6천억~8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에 나설 것으로 보고있다.

신한금융은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과거 사모펀드를 주요 투자자로 유치하며 단행한 유상증자로 경쟁사보다 유통주식수가 약 1억주 더 많은 것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진옥동 회장은 향후 2~3년간 자사주 매입·소각을 꾸준히 진행해 저평가된 주가를 높여 밸류업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 초 3천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추가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탄력적인 자사주 매입 정책 병행해 주주가치 높이겠다는 의지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올해는 금리와 순이자이익 하락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도 은행주 주가가 꾸준한 강세"라며 "이제 은행주 주주들은 '회사가 얼마를 버는가'보다 '주주에게 얼마를, 어떻게 돌려주는가'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밸류업' 타고 스탠스 변화?…'눈치보기' 여전

금융지주들이 적극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따른 금융당국의 스탠스 변화도 자리잡고 있다.

그간 국내 금융사들은 배당을 많이 하면 외국인 주주들을 배불린다는 국부유출 비판 여론에 직면하고, 금융당국이 리스크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을 일관되게 주문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주주 환원에 나설 수가 없었다.

하지만 기업 밸류업에 대한 필요성과 정책적 논의가 급부상하자 금융당국도 과거와 달리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책에 호응하면서 본격적으로 주가 띄우기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금융주가 낮은 배당 성향이나 부족한 주주환원으로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분류되는 만큼, 밸류업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필요성에 당국도 공감하고 있다.

최근 '역동경제 로드맵 및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기업 밸류업 지원의 핵심 사안으로 꼽히는 세제 지원 부분까지 발표되면서 은행주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은행지수는 올해 들어 27.69%(4일 기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6.39%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컸다.

KB금융은 올해 들어 62.1%(8일 종가 기준) 상승했다. KB금융의 주가는 5만 4천100원(지난해 12월 28일)에서 지난 8일 종가 기준 8만6천9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32.1%, 49.8% 올랐다. 우리금융 역시 1만4천740원으로 14.8% 오르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다만 밸류업 정책에 대한 당국의 호응에도 실제 은행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에 금융지주와 은행 자본비율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마냥 자사주 소각 규모를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사 배당여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올해 1분기 기준 우리금융은 12%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다. KB금융은 13.40%, 신한지주 13.09%, 하나금융 12.88% 순이다.

CET1은 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사들은 CET1비율 목표치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 후 남는 재원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사용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당국에서 충당금 적립을 강조하고 있어서 자사주 소각 규모를 결정하기에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며 "지주별로 관리해야 하는 자본비율 목표치도 있어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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