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유증 후 불어난 주식 확 줄여 주가 부양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수용 기자 = 신한금융지주가 3조원에 달하는 통 큰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하는 가장 큰 목표는 '주가 부양'이다.

5억주가 넘는 유통 주식수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주가를 띄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정부의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가 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과거 사모펀드 유상증자로 증가한 유통주식수를 대폭 감축하면서 주가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시장은 주판알을 튀기기 시작했다.

◇사모펀드 유증 족쇄 풀릴까…주식수 감축 '총력'

26일 신한금융이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은 주식수 감축이다.

3조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올 연말까지 유통 주식 수를 5억주 미만으로 줄이고, 2027년까지 4억5천만주로 감축한다는 목표다.

3월 말 기준 신한금융의 발행 주식 수는 5억939만3천214주로 KB금융(4억3천500만주)이나 하나금융(2억9천200만주)보다 월등히 많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9년~2000년 두차례에 걸쳐 IMM프라이빗에쿼티 등의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투자자로 유치하는 1조 9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때 주식 수가 5천500만 주가량 늘었다.

당시 신한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개선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대규모 증자를 단행한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결과적으로 PEF들은 올 초 차익을 실현하고 다수 빠져나갔고, 신한금융은 불어난 주식수가 발목을 잡아 밸류업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이에 신한금융은 주식 수 자체를 줄이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진옥동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주식수 감축 필요성을 인지했고, 올해 들어서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이러한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진 회장은 지난 5월 미국 뉴욕 기업투자설명회(IR)에서 "경쟁 금융지주사에 비해 발행 주식량이 125%~160% 정도 많다"며 "앞으로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식 발행 물량을 조절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연간 4천억원 안팎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꾸준히 진행해 왔으나 투자자들이 주목할만큼 주가를 띄우기 위해선 드라마틱한 주식수 감축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일 수 있어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손꼽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경쟁사 대비 많은 주식수로 수익력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주가 역전 현상이 발생해 적극적인 주식 감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속도감 있는 주식수 관리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밸류업 목표는 같다…"CET1 비율이 중요"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의 밸류업 계획 발표 효과가 어느정도 될지 주목하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 강화라는 밸류업 목표를 공통으로 제시하는 상황에서 이를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이 충분한지가 중요하다고 보고있다.

최근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KB금융은 1분기 기준 CET1 비율이 13.4%로, 신한금융의 13.11%보다 높은 수준이다.

CET1 비율이 높을 경우 주주환원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많아지고 주요 금융지주들도 13%~13.5% 이상의 CET1 비율을 목표치로 두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과거 사모펀드를 주요 투자자로 유치하면서 유상증자를 진행했던 만큼 유통 주식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신한금융은 이런 이유가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지만,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만큼 물량 감축 자체는 다른 금융지주와 출발점을 맞추는 방안이라고 짚었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는 "어쨌든 신한금융이 주식 수를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니 주당 가치는 올라가고 투자 심리 개선 측면에서는 당연히 긍정적"이라면서도 "밸류업 목표를 제시했는데, 최근 추세는 CET1 비율이 높은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이 자사주 소각을 주요 과제로 두고 있는데, 다른 금융지주도 자사주 매입·소각을 똑같이 진행하는 만큼 투자 관점에서 얼마나 차별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주주환원율 등 목표로 제시하는 숫자는 엇비슷한데 이를 이행할 CET1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한금융이 26일 발표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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