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수용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코스피 입성이 또다시 좌절됐다.

수요예측 흥행 부진 속에 금융당국이 과도한 업비트 의존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 막판 기업공개(IPO) 철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공모 구조 등을 변경해 6개월 내 상장에 재도전한다는 입장이지만, 대주주인 비씨카드와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관계설정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케이뱅크 키운 업비트가 발목…FI와 이견차 못좁혀

케이뱅크는 18일 상장 계획을 철회하는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지난 10~16일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당초 케이뱅크는 총 8천200만주를 공모할 계획이었으나 상당수의 기관투자자가 불참하면서 희망밴드 하단 이상으로는 북(공모액)을 채우지 못했다.

케이뱅크는 전일 늦은 밤까지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 및 FI들과 확정 공모가를 낮추는 방안을 두고 논의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케이뱅크 IPO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업비트의 지나친 수신고 비중에 따른 리크스 때문이란 진단도 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에서 투자하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예치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금액이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사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 케이뱅크의 전체 수신은 약 21조8천530억원, 업비트 예치금은약 3조2천억원 규모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도입과 함께 비용 부담의 이슈도 불거졌다.

업비트 예치금 이자율이 2.1% 수준임을 고려하면 연간 600억원 이상의 이자 비용이 발생된다.

이 추세대로라면 상장 이후인 내년에도 이익의 절반 수준을 업비트 예치금 이자로 지불해야했던 셈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도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은 케이뱅크 예수금 중 업비트 예치금이 20%에 달해 뱅크런 위험이 있다는 점, 영업이익률이 1%가 안되는 상황에서 업비트 예치금으로 2.1%를 지불해야하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케이뱅크 상장 심사를 충분히 했을 것"이라며 "가상자산위원회가 있으니 이를 통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전일 진행한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예치금 비중을) 꾸준히 줄이도록 지도 해왔다"며 "IPO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이슈나 은행의 건전성 등이 중요한데 다 잘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기업금융 등 신사업에도 제동…전략 수정 불가피

이번 상장 연기 결정으로 케이뱅크는 향후 경영전략 구상 등에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케이뱅크는 상장으로 유입되는 공모자금 등을 활용해 신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었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이후 1조원 이상의 자금 유입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내년에는 개인사업자를 위한 상품의 종류와 폭을 넓히고 이후에는 소기업과 중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리테일·SME(중소기업대출)·플랫폼이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자금을 투입해 성장하겠다며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내놨다.

특히 금융당국이 내년에도 가계대출 축소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기업금융으로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계획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시말해 미래 수익성 등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과거 유상증자 자금 7천250억원이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도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 등으로부터 1조2천50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이 중 7천250억원에 콜앤드래그(call-and-drag) 조항이 걸려있다.

해당 금액은 금융당국에 의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상장을 하면 이 부분이 해소되며 케이뱅크가 사업 확장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역시도 좌절된 것이다.

이 자금이 자기자본에 편입되지 못함에 따라 케이뱅크 입장에선 대출 여력을 크게 늘릴 기회가 날아가게 됐다.

대주주 비씨카드도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케이뱅크가 2026년 7월까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장하지 못하면 FI들이 드래그얼롱(drag-along·동반매도청구권)을 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인 비씨카드가 먼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되, 콜옵션을 포기하면 FI들이 비씨카드의 보유 지분까지 끌어다 강제로 매각할 수 있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최악의 경우 비씨카드가 FI 지분을 사줘야 하는 재무적 부담을 계속 떠안고 가게 됐다.

케이뱅크는 상장 과정에서 받은 기관투자자의 의견과 수요예측 반응을 토대로 공모구조 등을 개선해 내년 초 다시 상장 작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향후 상장 과정에서 올바른 기업가치를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사업 계획과 비전 발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케이뱅크 IPO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계획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2024.10.15 mjkang@yna.co.kr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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