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이 적발되면서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부실에 이어 운영리스크 관리에서도 실패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적절한 운영리스크 관리를 통해 은행 자체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내재화해야 했지만,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조차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2024년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 등에 총 616억원의 대출을 내줬고, 전체 대출액 중 269억원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에서 제재를 검토하는 만큼 해당 사고에 따라 발생한 추가 부담은 고스란히 운영리스크에도 반영해야 할 처지가 됐다.

운영리스크는 은행 영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품·활동·의사결정 프로세스 및 시스템에 내재한 리스크를 가리킨다.

특히 단순 금융상품 리스크뿐 아니라 횡령 사고 등 내부통제 이슈와 정보기술(IT) 리스크, 제3자 리스크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은행들은 올해부터 운영리스크 통제 체계 강화와 경영진 및 이사회의 역할 및 감독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건전한 운영리스크 관리 원칙(PSMOR)'을 도입했다.

바젤위원회에 따르면 PSMOR은 은행 이사회가 고위 경영진에 의해 수립되는 위험관리 문화를 확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과, 고위 경영진이 효과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우리은행 또한 올해부터 PSMOR을 적용하며 운영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은행 자체적으로 건전한 거버넌스를 갖춰 내부통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문화를 갖출 것을 요구하지만, 이 점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이다.

운영리스크가 중요한 이유는 신용리스크와 시장리스크와 달리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운영리스크는 영업지수요소와 내부손실승수를 곱해 소요자기자본을 계산하는데, 영업지수요소는 영업지수의 3년 평균 합계로 산출하고, 내부손실승수는 과거 10여년간의 연평균 운영리스크 손실액으로 계산한다.

우리은행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에 따른 영향이 적었다 하더라도 연이은 횡령과 부당 대출 사고로 운영리스크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운영리스크 규모는 16조7천929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천57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28조6천812억원에 달하는 신용리스크와는 규모 면에서 다르지만, 상대적으로 운영리스크는 더 장기적으로 은행 위험 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경영진의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면서 PSMOR을 도입했는데 주체가 경영진이라면 사실상 답이 없었던 문제"라며 "압력을 가하고 프로세스를 지키지 않고 부당하게 대출이 나갔다면 기본적인 부분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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