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 은행의 대출을 옥죄기 위해 과도한 관치를 통해 실수요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등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불편을 드려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이 원장은 10일 오전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18개 국내은행 은행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대출을 엄정 관리하겠다는 금융당국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조금 더 디테일하게 하지 못하면서 차주에 불편을 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각자 영업 계획이나 포트폴리오 운영 계획에 맞춰 적절한 기준을 세워서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면서 "은행권 전체가 일률적으로 (가계대출 관련 기준을) 운영하기보다 각자 스케줄에 맞춰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 경제·금융 분야 수장들 협의체인 이른바 'F4' 회의 직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가계부채 관리를 하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복현 원장이 정부 내 엇박자의 진원지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원장이 이날 사과 한 것은 정부의 '원보이스'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추가적인 혼란을 피하려는 이유로 풀이된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발언했고, 5대 시중은행은 이후 22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축소에 나섰다.
이후 관치 논란이 불거지자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은행들이 손쉽게 금리인상으로 대출 수요를 줄이고 있다"면서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은행에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며 은행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키우겠다고 경고했고, 은행들은 대출 한도 자체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에 들어갔다.
은행들의 제각각 대출 제한에 애꿎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 원장은 이번엔 "가계부채 관리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된다"며 진화에 나섰다.이 원장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로 시장 혼란이 커진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자 지난 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은행의 자율관리를 통한 가계부채 관리'가 정부의 입장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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