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금융감독원의 강제조사권과 인지수사권이 자본시장 현안으로 부상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인지수사권 등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금감원의 조사 권한 확대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민간 기관의 권한 남용 우려로 이에 반대해 온 만큼, 금감원과 금융위 간 대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찬진 원장은 지난달 28일 임원회의에서 현행 법령 체계상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인지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상 특사경은 범죄 혐의를 인식하면 수사를 개시해야 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금융위 감독규정과 자본시장 특사경 직무규칙이 이를 제한하고 있다"며 "법률을 손댈 사안은 아니고 금융위와 협의해 규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논의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감원 특사경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지만, 검찰의 지휘가 있어야만 사건에 착수할 수 있다.

형법상 인지수사권 조항이 존재하지만, 금융위원회 감독규정과 금감원 조사규정 등 내부 규정이 이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 원장의 지시가 현실화할 경우 금감원은 검찰 수사 지휘 없이도 독립적으로 사건을 인지해 초동 단계에서 증거 확보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감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법률상으론 인지수사권이 명확하지만 금융위 규정이 특사경의 수사 개시 범위를 증선위 고발 등으로 제한해놓았다"며 "지금은 양 기관이 해당 규정 개정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기구인 금감원에 권한을 주면 오남용 우려가 있다는 금융위 입장도 알고 있다"며 "다만 불공정거래 대응에선 금감원이 인력·조직·노하우 면에서 가장 전문적이니 통제 절차를 갖추는 방식으로 부여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논의의 출발점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의 이찬진 원장 발언이었다.

그는 당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시정하는 데 있어 금감원만큼 효능감이 있는 기관은 없다"며 "특사경이 인지(수사)권한이 없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지수사권은 2019년 금감원 특사경 출범 당시부터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의 대표적 갈등 사안이었다.

당시 금감원이 제출한 운영방안에는 인지수사권 부여 조항이 포함됐지만, 금융위가 "민간기구에 준사법권 부여는 과도하다"며 강력히 반대해 최종안에서 삭제됐다.

이후에도 금감원은 여러 차례 관련 권한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금융위는 "금감원이 민간 신분인 만큼 권력 남용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어왔다.

국감 직후 정치권에서도 금감원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이 나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필요한 입법 조치를 통해 금감원 특사경의 인지수사권을 명확히 보장할 것"이라며 이 원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자본시장 범죄의 조직화·지능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신속한 착수 권한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다만 금감원이 인지수사권을 확보하려면 금융위 감독규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법률 개정보다는 금융위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논의가 진행될 경우 기관 간 권한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은 분명하지만 금감원이 감독과 수사 기능을 모두 쥘 경우 견제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질의 듣는 이찬진 금감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위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5.10.27 utzza@yna.co.kr

 

sgyoo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연합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4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키워드

#AI뉴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