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11월 금융통화위원회를 2주 앞두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공식적으로 금리 인하 기조의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은이 그간 고수해왔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될 것이란 채권시장의 관측이 더 강화하고 있다.
직전 금통위에서는 여전히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되긴 했지만, 불과 3주 만에 그간의 기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시그널이 감지된 탓이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싱가포르 출장 중 외신 인터뷰에서 "완화적 통화 사이클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면서도 "금리 인하 폭이나 시기, 심지어 방향의 전환은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와 관련해서 2주 뒤(11월 경제전망)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면서 잠재성장률과 관련해서는 1.8~2.0%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잠재 수준으로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 등을 고려해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을 재점검한다면, 추가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있다는 스탠스 채권시장은 해석한다.
이는 지난 10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의 문구와는 상당히 결이 다른 뉘앙스다.
당시 통방문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지난 8월 전망(1.6%)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를 결정해나가겠다고 거론한 바 있다.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 인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금통위원이 등장하면서 금리 인하 사이클 막바지의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금통위원들이 추가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포워드가이던스에서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를 열어둔 위원도 4인으로 과반을 넘기기도 했다.
다만 10월 금통위 이후 3주 간 대내외 여건이 급격하게 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내년 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시각이 급부상하면서, 지금까지의 스탠스에 일부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한미 관세협상 타결, 코스피 4천선 돌파, 반도체 경기 전망 변화, 수출 호조 등이 이어지면서 우려만큼 내년 성장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우세해졌다.
이미 국내외 기관들은 최근 내년 성장률에 대해 2% 안팎의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및 국제통화기금(IMF)은 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금융안정 요인인 수도권 주택시장은 뚜렷한 둔화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달러-원 환율은 1,470원까지 터치면서 레벨과 변동성 모두 극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총재의 매파적 발언으로 금리 인하 기조의 방향 전환이 공식화된 만큼, 11월 금통위에서의 금통위원들의 시각에도 주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워드가이던스에서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를 열어둔 위원이 상당히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13일 "이제 인하를 지우고 한동안 동결로 가기 위한 소통을 11월 금통위에서 하기 위해서 그전에 미리 시그널을 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는 "전일 이 총재의 발언을 감안하면 이제 금리 동결기가 완전히 시작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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