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 따른 손익 변화 최소화 목적…규모 크지 않아 재무 영향 미미"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이규선 기자 = KB인베스트먼트가 벤처캐피탈(VC)에선 이례적으로 해외투자 자산에 대한 환헤지에 나섰다. 환율 변화에 따른 이익 변동성을 줄여 손익을 고정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환헤지 비용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3일 VC업계에 따르면 K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9월부터 고유자금으로 투자한 해외 자산에 대한 환헤지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환율 변동성을 고려해 환헤지 단가를 분할해 계약했다.
1,380원대 내외로 환헤지 단가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정한 단가보다 환율이 내려가면 이익, 올라가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현재처럼 한·미 금리차가 벌어진 상황에서는 환헤지에 적잖은 비용이 붙는다. 앞으로 수취할 달러를 미리 원화로 팔아두는 가격(선물환율)이 현재 환율(현물환율)보다 낮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스와프포인트'라 한다. 최근 3개월물 스와프포인트는 -6.85원 수준으로, 현재 환율(1,468.10원) 대비 약 연간 1.8%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 9월 말 기준으로도 비슷한 비용이 발생했다.
KB인베스트먼트가 연 2%에 가까운 비용을 감수하고 '달러 약세'에 베팅했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벤처 기업에 장기간 투자하는 업의 특성상 국내 VC에서 해외 자산에 대한 환헤지 사례는 찾기 힘들다. 해외에 투자하는 VC가 많지 않고, 투자하더라도 규모가 큰 하우스가 드물어 환헤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연금에서도 환헤지보단 환노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출자자(LP) 동의 문제도 있다. 대부분 해외 투자를 펀드로 진행하는 만큼, 펀드 자금으로 이뤄진 해외 자산에 대해 환헤지를 하려면 LP 동의가 필수적이다. KB인베스트먼트가 고유자금으로 투자한 자산에 대해 환헤지를 진행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VC업계 관계자는 "해외 포트폴리오를 편입한 벤처펀드의 만기가 길고, 펀드 LP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워 VC에선 환헤지를 거의 하지 않는다"며 "KB인베스트먼트가 환헤지가 국내 VC의 첫 사례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를 담당하는 VC 관계자는 "고유자금으로 투자한 자산이라도 환율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환헤지를 하진 않는다"고 얘기했다.
최근 치솟는 환율은 KB인베스트먼트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다만 KB인베스트먼트는 환헤지 규모가 크지 않아 환율 상승으로 인한 손실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달러 강세로 인한 상승효과가 환헤지로 인한 손실 부담을 상쇄할 것으로 판단한다.
환헤지 1차 정산은 내달이다. 강달러가 이어지는 만큼 롤오버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성을 평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환헤지를 진행했다"며 "환헤지 규모와 비중이 작아 재무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인 결정은 올해 부임한 윤법렬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법률가 출신으로 KB증권 시절부터 리스크 관리에 정통한 인사라는 평가다.
다만 VC업의 특성에는 부합하지 않는 환헤지를 진행해 환율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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