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원화가 11월 들어 주요 통화 중 가장 두드러진 하락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반 하락 중인 엔화보다 더 가파른 하락세가 나타난 것이 외환당국의 고강도 환율 안정화 방안을 이끈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원화는 이달 들어 달러화 대비 1.38% 하락했다.
이 기간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을 계기로 내리막을 걷고 있는 일본 엔화보다도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엔화는 달러화에 0.38% 떨어졌다.
원화는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서도 눈에 띄는 내리막을 걸었다.
같은 기간 대만달러화가 0.01%, 호주달러화는 0.08% 밀리는 데 그쳤다. 뉴질랜드달러화가 0.80% 떨어졌으나 원화 낙폭에 못 미쳤다.
반대로 유로화는 0.72% 올랐고 영국 파운드화, 스위스프랑화는 각각 0.15%와 1.30% 올랐다.
중국 위안화 역시 0.30% 상승했다.
11월 들어서만 원화는 채 보름이 지나기도 전에 1,420원대에서 1,470원대까지 단숨에 50원가량 치솟았다. 단기 상승 쏠림이 뚜렷한 궤적이다.
이에 결국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큰손' 국민연금까지 등판시키며 환율 안정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지난 1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했다.
참석자들은 해외투자에 따른 외환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경우 시장 참가자들의 원화 약세 기대가 고착화돼 환율 하방 경직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당국은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같은 날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도 공개되면서 원화 약세 분위기를 환기했다.
별도로 마련된 '외환시장 안정' 항목에 연간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의 조달을 요구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투자에 쓰일 달러화를 시장에서 조달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시장 불안시 투자 금액과 시점을 조율하는 데 동의한다는 점도 명문화해 유사시 미국에 투자 축소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대미 투자에 따른 대규모 달러화 유출 우려를 완화해주는 것으로 달러-원이 상승 일변도 흐름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게 해준다.
다만, 대외 여건 측면에서 원화와 강하게 동조되는 경향이 있는 엔화가 하락 경로에 있어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역시 수차례 구두 개입을 하며 엔화 약세를 진정시켜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못하다,
그럼에도 다카이치 총리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확대와 통화 완화를 강조하고 있어 엔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씨티 분석에 따르면 엔화와 원화의 상관계수는 0.65로 아시아 국가 통화 중 싱가포르달러화(0.81) 다음으로 높다.
엔화 약세에 원화가 연동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여파로 일부 경제 지표가 나오지 않거나 신뢰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줄어들고 있다.
지표 부재로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달러화 강세를 유발해 달러-원을 떠받치는 요인이다.
또한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끊이지 않고 있고 내국인의 해외투자도 일단은 현재진행형이어서 상승 시도가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단기적으로 많이 상승한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증시 조정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이라며 "현재 그 국면이 마무리되지 않아 여전히 상방 압력이 존재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서학개미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봐야 한다"며 "해외 증시가 크게 조정되면 나갔던 자금들이 많이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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