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료를 적기에 지급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자금을 만기가 긴 여전채에 무리하게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시장의 위기 상황 시 제때 원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환매 리스크'에 맞닥뜨려 건강보험료 지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건보공단이 투자한 상품이 최근 통화정책 전환기에 위험성이 커 논란을 빚고 있는 레포펀드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상 '빚투'(빚내서 투자)를 통한 레버리지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어서 안정적 운용에 주력해야 할 공적 기관의 투자 전략과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7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특정금전신탁(MMT)을 통해 주요 자산운용사가 설계한 수익차등형 레포펀드에 투자했다.

증권사의 신탁부서가 1종 수익자로, 증권사 또는 일반기업이 2종 수익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조가 짜여진 펀드인데, 건보공단은 MMT를 통해 사실상 1종 수익자 형태의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건보공단이 지난 2022년 자산운용규칙을 개정하면서 단기 및 중장기 자금의 투자 가능자산에 MMT를 추가했기 때문인데,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대부분의 연기금이 단기 자금의 투자 대상에 MMT를 포함하지 않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였다.

문제는 건보공단이 투자한 레포펀드가 보유한 자산에는 만기가 2.5년부터 3년인 여전채가 상당 규모로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MMT를 통해 수익차등형 레포펀드에 투자했는지, 투자했다면 대상 자금이 1년 이내로 운용해야 하는 단기 자금인지 또는 1년 이상의 중장기 자금인지를 묻는 연합인포맥스의 질의에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건보공단은 "공단 자금 운용 관련 세부 전략 등에 관한 것이라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다만, 건보공단이 규칙을 개정한 그 해부터 단기 자금의 초과 성과가 상당히 컸다는 점에서 단기 자금을 활용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레포펀드에 투자했을 것이라고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전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단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자산의 지난해 수익률은 4.48%로 기준수익률인 3.64%를 84bp 상회했다. 지난 2023년과 2022년에도 기준수익률을 각각 110bp와 60bp 웃돌았다.

계정별로 투자 가능한 만기 및 신용등급 제한을 고려하면 편입 가능 자산이 제한적인데 이례적인 결과다.

단기 자금의 만기는 365일 미만으로, 특정금전신탁의 벤치마크지수는 기업어음(CP) 91일물과 국고채 1년물을 각각 50% 가중치로 반영해 산출한다.

만기 1년 이상으로 분류되는 중장기 자금을 수익차등형 레포펀드에 투자했더라도 비판을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긴급한 대규모 보험금 지급 등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금화에 시간이 걸리고 환매시 제값을 받지 못할 위험이 있어서다.

실질적 기초자산인 여전채 규모와 종목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지 않아 통합 위험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도 제기된다.

건보공단 중장기 자산의 지난해와 2023년 수익률은 기준수익률을 각각 145bp와 127bp 웃돌았다.

레포펀드는 통상 'AAA'등급 공사채를 사고, 이를 담보로 여전채를 추가 매수한다. 여전채를 담보로 한 차례 다른 채권을 더 사기도 한다.

다만 건보공단이 최근 투자한 레포펀드는 처음부터 'AA' 등급 여전채를 사고 이를 담보로 다른 여전채를 추가 매수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AA'를 담보로 레포매수를 하는 기관의 풀은 'AAA' 담보 대비 상당히 협소하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평가다.

최근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크레디트 시장의 불안 확산하면서 레포펀드의 2종 수익권자 손실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기준가가 '0'원까지 떨어지는 등 시가평가상 원본이 다 소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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