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경제 과목 17번 문항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t 시점 대비 t+1 시점 환율 변동은 갑국 국민의 미국 여행 경비 부담 감소 요인이다'.

이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경제 과목에 출제된 환율 문제의 정답이다.

달러-원 환율이 단기 고점인 1,475원대로 올라선 날 환율 '하락'의 이점이 정답인 수능 시험 문제가 나왔는데 이런 시나리오가 실제 현실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치러진 수능 시험의 경제 과목 17번 문항은 주가와 환율 변동 관련 자료를 주고 해당 자료에 대한 분석으로 옳은 선택지를 찾는 문제였다.

미국 달러화로 거래되는 주식 가격의 시점별 변화와 원화로 환산한 주가의 직전 시점 대비 변동률이 표로 제시됐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자료를 통해 환율의 변화를 추론하고 선택지의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한다.

t 시점에서 t+1 시점으로 바뀌면서 달러화 표시 주가는 40달러에서 50달러로 25% 올랐는데 원화 환산 변동률은 20%에 그쳤다.

환율 변화가 수익률을 갉아먹었다는 얘기인데 이는 이 기간 달러-원 환율이 하락한 것을 의미한다.

t+1 시점에서 t+2 시점으로 이동할 때는 주가가 50달러에서 60달러로 20% 뛰었고 원화 환산 변동률 역시 20%를 기록해 달러-원 환율이 유지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추론을 선택지에 대입해 보면 환율 변화를 잘못 기술한 1번과 2번 선택지는 그른 선택지가 된다.

4번 선택지는 t+1 시점 대비 t+2 시점 환율 변동이 미국 시장에서 갑국, 즉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상승 요인이라고 설명했는데 해당 기간 환율이 유지됐으므로 가격 경쟁력에는 변화가 없다.

이 선택지가 정답이 되려면 환율이 상승했어야 한다. 그래야 수출품에 더 저렴한 달러화 가격표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1만원짜리 상품을 환율이 1,000원일 때는 10달러에, 2,000원일 때는 5달러에 팔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5번 선택지는 갑국 기업의 달러화 표시 외채 상환 부담은 t+1 시점에 가장 크다는 내용인데 이는 틀린 설명이다.

환율이 높을 때 외채 상환 부담이 가중되는데 t 시점의 환율이 가장 높아서다.

따라서 정답은 환율이 하락하면 미국 여행 경비 부담이 감소한다고 설명한 3번 선택지다.

가령 미국 현지 버스비가 5달러라면 환율이 떨어질 때 더 적은 원화를 지불하고 버스를 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 차트

공교롭게 수능일이었던 지난 13일 달러-원 환율은 1,475원을 넘나들며 지난 4월 이후 7개월여 만에 최고로 올라섰다.

수험생들은 환율 하락이 미국 여행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정답을 찾아야 했지만 현실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수능일 다음 날인 지난 14일에도 달러-원 환율이 1,475원을 노크하자 결국 외환당국은 더는 환율 상승 쏠림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며 칼을 빼 들었다.

가용수단을 적극 활용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국민연금,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마침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도 공개됐는데 대미 투자 한도가 명시됐고 자금 조달 과정에서 외환시장이 받을 영향도 최소화하기로 명문화했다.

이에 달러-원 환율은 전날 대비 10원 이상, 장중 고점 대비로는 한때 20원 넘게 밀리는 등 최근 들어 가장 가파른 내리막을 걸었다.

수능 환율 문제 정답에서처럼 미국 여행 경비 부담이 줄어드는 변화다.

그러나 여행비 부담이 더 줄어드는 방향으로 흐를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상승 쏠림 현상은 완화했으나 상승 열기가 완전히 식지는 않은 분위기다.

가파른 상승 흐름의 관성으로 수출업체 네고 물량보다는 수입업체 결제, 해외 투자 환전 수요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엔화 약세,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는 대외 여건이 달러-원 환율 상승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게 한다.

일본이 공격적인 부양책에 시동을 거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탓이다.

당국 개입과 국민연금 환 헤지, 수출업체 네고 물량 출회에 대한 경계가 이전보다 커졌으나 아직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반신반의하는 기류다.

중장기적으로도 미국 여행비가 올해 중반 때처럼 줄어들기는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지난 5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달러-원 환율은 1,350원에서 1,400원 구간에 머물렀는데 이 레벨을 당분간 보기 어렵다는 관측들이 제기된다.

신한투자증권은 달러-원 환율 상승세는 진정되겠지만 1,400원대 고착화 가능성은 짙어졌다고 평가하면서 내년 적정 환율 레벨이 1,420원 내외라고 예측했다.

NH투자증권도 과거와 다른 구조적인 수급 변화로 달러-원 환율의 하방 경직성이 높다며 내년 평균 환율은 1,400원대를 유지하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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