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은행에 대한 감독 인력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자 위기 사전 대응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워싱턴 연준 본부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고위 관계자들은 중앙은행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대응해온 방식이 대대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메모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 은행 감독 범위 크게 제한…"경고 기준도 완화"

3페이지 분량의 메모는 감독 범위를 크게 제한했다.

앞으로 검사관들은 은행의 '중대한 재무적 위험(material financial risk)'에만 집중해야 하며, 그 외의 절차·문서·프로세스에는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지 말라"고 규정했다.

규모가 작고 복잡하지 않은 금융기관에는 더 적은 자원을 투입하라는 지침도 포함됐다.

또한 검사관들이 위험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경고 문구인 MRA(주의 필요 사항·Matters Requiring Attention) 및 MRIA(즉각적 주의 필요 사항·Matters Requiring Immediate Attention) 기준도 크게 강화됐다.

은행 내부 감사 기능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만 연준이 직접 확인하도록 했다.

문구도 "막연하거나 과도하게 포괄적인 언어를 쓰지 말라"고 적시했다.

이는 지난여름부터 연준 부의장으로 취임한 미셸 보먼 이사가 은행 규제를 완화해온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메모가 발송된 다음 날 보먼 이사는 워싱턴 감독 부서의 인력을 30%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전직 정책 담당자들과 법률 전문가들은 이미 이러한 변화가 위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해당 조치들은 감독 당국의 사전 감지 능력을 더 약화해, 금융 시스템 전체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전례 없이 공격적인 변화…"은행 감독 기능·역량 줄어들 것"

보먼 이사가 감독 부서 직원을 내년까지 약 500명에서 350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은 연준 내부에서도 전례 없이 공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때마다 감독 기조가 바뀌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위기 이후 신설된 '감독 부의장' 자리도 정권 교체 영향을 크게 받는다.

현재 보먼 이사의 전임자 마이클 바 또한 규제 강화를 추진하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1월에 사임한 바 있다.

보먼 이사는 이미 레버리지 규제 완화, 스트레스 테스트 완화 등 여러 규제 완화 조치를 이끌었다.

앞선 조치들은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해 연준 이사진 다수의 찬성을 받았으나 이번 조치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엘렌 미드 전 연준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건 과거보다 훨씬 공개적으로 감독 기능을 해체하는 것"이라며 "인력을 자꾸 줄이면, 결국 기능과 역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뿐 아니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등 독립 규제기관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1월에는 규칙 개정 과정에 백악관 권한을 더 부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 "연준만의 문제가 아니다"…대형은행 문제 커질 수 있어

특히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경우 사실상 '해체 수준'으로 약화됐다.

2월 취임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직원들에게 모든 감독 활동 중단을 지시했다.

500명 가까운 인력이 있던 감독 부서는 사실상 작동을 멈췄고, 모든 규제 이슈는 올해 안에 '종료'하라고 명령했다. 회사 주장만 받고 추가 검증 없이 문제를 종결하라는 지침까지 내려졌다.

보트 국장은 아예 CFPB를 폐지하길 원하고 있으나 의회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FDIC와 OCC도 감독 절차를 축소하고 사전 경고 기준을 '중대한 피해'가 있을 경우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대형은행이라면 고객 수십만 명이 피해를 봐도 기준에 미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웰스파고의 가짜 계좌 스캔들은 여러 해 경고가 있었음에도 OCC 검사관들이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채 방치된 바 있다.

다니엘 타룰로 전 연준 이사는 감독 효율화 자체는 필요하지만, 최근 변화는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의 핵심은 규정으로는 채울 수 없는 '빈 구석'을 메우는 데 있다"며 "규제를 완화한다면 그만큼 더 면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CFPB 감독 책임자 페기 투히그도 "감독은 은행이 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해 주기 때문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문제가 감독을 통해 사전에 차단된다는 것이다.

그 외 전문가들도 "감독 인력이 줄면, 작아 보이는 위험도 누적되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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